젊은 여성들과 소녀들 사이에서 「오빠」라는 호칭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남자들 사이에 「언니」가 유행하고 있다. 여자들이 선배·애인·남편·좋아하는 운동선수등을 모조리 「오빠」라고 부르듯이 남자들도 주변의 여자들을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어머니 오빠 좀 야단쳐 주세요. 어제밤에도 술 마시고 늦게 들어 왔어요』라는 말은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제 남편을 야단쳐 달라는 소리다. 며느리의 그런 호칭이 귀에 거슬리던 시어머니도 시간이 흐르면서 『오빠야, 밥 먹어라』라고 아들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동생도 처제도 아내도, 나중에는 어머니와 장모까지도 자기를 『오빠야』라고 부르는 것에 신세대 남자들은 익숙해져가고 있다.
「언니」와 「형」은 한세대전만 해도 남녀 모두가 동성의 손위형제를 부르던 호칭이다. 남자형제들 사이에서도 언니라는 호칭이 쓰였고, 여자형제들 사이에서도 형이라는 호칭이 쓰였다. 그러다가 차츰 언니와 형이 여자와 남자의 호칭으로 나뉘게 됐는데, 최근 남자들이 쓰는 언니는 장난기와 친밀감을 지닌 다용도의 호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 언니가 말이야…』 『내일은 언니와 약속이 있어』라고 신세대 남자가 말한다면, 그 언니는 여자친구나 애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까운 여자선배, 직장 동료, 식당 종업원, 백화점 여자판매원등에게도 언니라는 호칭이 쓰이고 있다. 이 호칭에 재미를 붙인 청년들은 젊은 여자만 보면 무조건 언니란 말이 튀어나올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할아버지, 아주머니등 가족안에서의 호칭을 사회에서 많이 쓰고 있지만, 최근 유행하는 오빠와 언니는 호칭파괴로 젊은이들이 파괴의 재미를 느낀다고 볼 수 있다. 또 자녀수가 줄어 오빠 누나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이 엉뚱한 사람에게 그 호칭을 사용하면서 정다움을 느낀다는 해석도 있다.
운동선수나 가수에게 열광하는 「오빠부대」의 영향으로 여자들이 오빠라는 호칭을 많이 쓰게되었다는 진단도 있는데, 그렇다면 언니란 호칭의 유행은 「언니부대」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일까. 언니란 호칭을 애용하는 남자들을 좀더 지켜볼 일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