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전자·연예·관광산업 등 호황 “대약진”/“작년 교역량 1,460억불” 뉴욕 제치고 1위/“경제부흥 중심이동” 태평양시대 주역도시「LA에 미국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21세기 태평양시대의 미국경제를 이끌어 갈 주역도시로 부각되고 있다. 국가로 생각하면 한국을 능가함은 물론 세계 15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거대도시 LA는 최근 태평양 국가들과의 교역증가, 첨단전자·연예 산업의 호황, 관광경기 회복등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약진은 미국경제의 근본적 체질변화를 반영하는데다 미국이 미래를 걸고 있는 분야들이 LA경제의 핵을 이루고 있어 LA가 향후 미국경제의 부흥을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LA경제는 90년대 들어 연이은 자연재앙과 기반산업격인 군수·항공산업의 침체등으로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왔고 아직도 거리에 문을 닫은 상점들이 즐비할만큼 후유증이 깊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태평양시대의 개막과 산업구조 조정의 결과로 LA는 「미국의 용(용)」이라고 할만큼 힘차게 꿈틀대고 있다. 우선 지난해 교역량이 1천4백60억달러로 전통적으로 1위를 고수해온 동부의 경제중심지 뉴욕을 제치고 미최대의 교역도시가 됐다. 지난해 LA와 가장 교역을 많이 한 나라는 일본이 4백15억달러로 1위, 한국이 1백13억달러로 4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5위까지가 모두 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의 교역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경제중심도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LA의 교역량은 17.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LA경제의 또 다른 청신호는 미국 어느 지역보다 앞선 첨단기술분야및 응용분야가 세계적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냉전종식으로 인한 연방정부의 군사비지출 감축으로 사양길에 들어섰던 LA지역의 군수·항공업체들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컴퓨터 전자등 민수용 첨단산업으로 업종을 전환,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소규모 첨단 기업들의 설립붐이 거세게 불어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미국 최대의 도시로 부상했다.
이러한 첨단기술은 연예·의학등 다른 산업분야와 결합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산업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막대한 외화를 벌어오는 미국 제2의 수출산업인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첨단컴퓨터기술을 제작에 응용함으로써 히트작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와 실리콘밸리(첨단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실리우드(SILLYWOOD)」란 신조어가 캘리포니아주의 미래를 상징하는 말로 유행하고 있다. 관광산업도 아시아지역의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난데 힘입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행정당국과 경제인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LA일대 38개시를 포함하는 LA카운티당국은 지역경제인들과 힘을 합해 LA경제 활성화를 위한 연구·홍보를 전담할 NLAMP란 기관을 설립했으며 지난 7월부터는 대대적인 시 이미지개선 홍보를 펴고 있다. 이 기관의 수석경제연구원 잭 카이저씨는 『LA경제는 현재 군수산업위주의 냉전경제에서 정보·국제경제로의 거대한 전환과정에 있다』며 『여러 문제가 있지만 산업기반이 튼튼하고 시대흐름에 앞서 있어 장기적으로 LA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전망했다.
◎코리아타운도 힘찬 재도약/인종폭동·화재·지진 상처 딛고 새 점포 속속 등장·대형화 “활기”/내년 준경찰서 건립 안전 확보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이 역동하고 있다. 92년이후 인종폭동과 산불, 지진등 엄청난 재앙들을 겹치기로 당했던 코리아타운이 이제 그 상처를 치유하고 힘찬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겨낸 한인사회는 더 성숙하고 단단해졌다. 최근 OJ 심슨재판과 관련해 한때 고조됐던 인종분규의 우려도 무죄판결로 해소됐다.
LA한인사회의 활력은 우선 코리아타운에서 느낄수 있다. 점포들이 속속 새로 생겨나거나 대형화해 타운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신세대 한인 2세들이 즐겨찾는 「젊음의 거리」로 코리아타운을 관통하는 6가일대가 지난해 연방정부에 의해 로스앤젤레스 다문화 관광연구개발지역에 포함된 것은 타운 부흥의 청신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개발보고서를 마련중인데 이 보고서는 앞으로 타운 개발의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세들이 중심을 이룬 한인경제단체들은 타운을 되살리기위해 정보전산화등 여러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요식 및 의류판매업소를 중심으로 체인점형태의 경영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대형 슈퍼마켓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관광업계는 한동안 뜸하던 한국관광객이 늘어나고 「미·북한」관계가 호전됨에따라 어느분야보다 바삐 움직인다. 현재 20여개가 넘는 한인관광업체들이 본국 못지않게 치열한 북한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한 홍보전도 뜨겁다.
코리아타운 안전확보는 타운발전의 중대한 전제조건이다. 인종폭동을 통해 이를 뼈저리게 인식한 한인사회는 코리아타운에 준경찰서를 건립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 최근 31만여달러를 시당국에 전달했다. 내년께 설치될 코리아타운준경찰서에는 LA경찰국 소속 경찰요원 40여명이 상주, 든든하게 타운을 지키게 된다. 정식경찰서와 파출소의 중간규모인 준경찰서는 코리아타운이 범죄타운이란 오명을 씻고 재도약하는데 강한 원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사회 중심부에 한인들이 보다 깊고 넓게 진출하는 추세도 장기적으로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LA시 및 카운티 검찰에 최근 3명의 한인검사가 채용돼 총인원이 10명을 넘었으며 LA시정부와 시의회에는 한인 6명이 보좌관으로 포진하고 있다.
LA카운티 전체의 한인공무원은 무려 2천명이 넘는다.
고려대 김응렬 교수(사회학)가 미주한인 2백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1%가 「이민오길 잘했다」고 응답했듯이 코리아타운의 한인들은 오늘도 땀을 흘리며 아메리칸드림을 일구고 있다.
◎LA 부동산 바닥세/90년부터 추락 “지금이 투자 더없는 호기”/“일 빠져나가는 시장 한국인 장악” 예측도
LA의 부동산 경기는 지금 바닥세다. 88년 자고 나면 오른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천정부지로 뛰던 남가주의 부동산은 불경기가 시작된 90년께부터 추락을 거듭했다. 최근 한인투자가 4명은 LA코리아타운내 윌셔가의 16층과 18층 빌딩 2동을 6백만달러에 인수했는데 건평만 1만평이 넘는 이 빌딩은 6년여전만 해도 3천3백만달러를 호가하던 것이다.
미서부의 금융 중심지로 한국기업 소유빌딩도 5동이 있는 윌셔가에는 이처럼 헐값이 돼 버린 건물들이 부지기수다. 거부 폴 게티가 지은 23층 빌딩은 올초 7백50만달러에 팔렸으나 같은 재료로 지금 다시 짓는다면 8천만달러이상이 들 것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빌딩 7동중 하나로 입주율 97%를 자랑하는 르네상스식 쌍둥이 빌딩의 현 시가도 2천만달러가 조금 넘는 정도인데 한때는 6천만달러가 넘었다.
『돈만 여유있으면 거저 줍다시피 할 수 있는 것이 요즘 LA부동산이다. 바닥권인만큼 투자에는 더없는 호기』라고 투자전문회사 페코의 앨런 박(42)씨는 말한다.
미 언론들은 요즘 일본이 빠져나가는 부동산시장에 한국이 새로운 투자가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은 한때 전 미국을 사들일 기세로 미국의 부동산을 마구 사들였으나 투자시기를 잘못 선택해 막대한 손해만 입은채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세가 바닥권에 있는 만큼 투자여력이 있고 부동산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이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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