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쓰기에 흠집을 내고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식 용어 그리고 외래어의 남용이다. 꾸준히 계속되어 온 국어정화로 언어생활이 크게 개선은 되었으나 아직까지 군더더기 같은 잔재가 여기저기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심한게 관청용어일 것이다. 법원의 판결문 같은 것은 일반인이 쉽게 해독을 못할만큼 어렵다. ◆인기상승의 프로야구 규약이나 대회요강을 보아도 이런 현상은 금방 알게 된다. 「자유계약된 선수는 차한에 부재한다」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 뜻이 읽으면서 즉각 전달이 안된다. 꼭 고어를 읽는 느낌이 든다. 일본 것을 베껴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딱하기 이를데 없다. ◆총무처가 요즘 불쾌와 위화감을 주는 행정용어 7백10개를 쉬운 우리말로 고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치 구인 억류 같은 강압적인 단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어 놓았다. 권위적인 관청 내음이 그만큼 줄어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또 놀라운 일이 있다. 서울대국어연구소가 한글날을 맞아 교수들의 강의 내용을 녹취해 외국어 남용 실태를 공개한 것이다. 버젓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국어를 그대로 쓰고 있음이 밝혀졌다. 「정상이다」라는 말을 영어로 「노멀」하다고 쓰는 게 과연 정상인지 의문이 생긴다. 외래어를 써야 교수와 학문의 권위가 높아지는 것인가.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주시경선생은 말씀했다. 「한 민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고 이희승선생이 강조했다. 옛 스승의 말씀은 오늘에 와서 조금도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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