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감성 도입 탐미주의적 애착/「행복한 사람」 등 주옥같은 히트곡조동진(48)은 노래로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서정적 이미지의 풍경화가 떠오른다. 그 풍경화는 계절의 낭만과 색깔로 가득하다.
그의 노래들은 20여년간 독백하듯 나지막한 목소리, 군더더기 없는 세련되고 쉬운 멜로디와 노랫말에 의해 같은 색조로 그려졌다. 그 노래들은 추억과 뒤엉킨 채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는 1967년 명동의 「OB`S 캐빈」등 생음악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나서기 싫어하고 한가지에 집착하는 성격 때문인지 초기의 그는 음악 자체에만 매달리고 음반을 발표하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70년. 시인 고은씨가 주고 간 시에 자신이 멜로디를 붙인 「작은 배」를 부르면서 부터이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아주 라라 라라라… 떠날 수 없네 멀리 없네…>배가>
「작은 배」는 쉬우면서도 한꺼번에 바닥을 보이지 않는 깊은 매력으로 대학가와 다운타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애창하고 있다.
1집 앨범을 낸 것은 음악을 시작한지 12년만인 1979년이었다.
『우선 나 자신이 너무 게을렀고 음반을 내고 방송에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없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 노래에 자신이 없었지요』
오랜 숙성기를 거쳐서인지 그의 1집은 완성도 높은 노래로 가득 차 있었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로 시작되는 「행복한 사람」,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갔네…> 의 「겨울비」가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이후 「나뭇잎 사이로」 「슬픔이 너의 가슴에」 「제비꽃」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이어졌다. 겨울비> 울고>
영화감독이었던 조긍하(작고)씨의 피를 이어받고 영화를 전공해서인지(중앙대 연극영화과) 그는 우리 대중음악에 시각적 감성을 도입하고 이를 지켜온 가수로 평가된다. 지난해 클래식만 선호하던 예술의 전당이 대중음악에 처음 문호를 개방하고 첫 인물로 조동진을 초대했던 것은 그의 일관되고 격조있는 음악 세계 때문이었다.
『노래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작게는 음악적 기법이나 유행, 크게는 사회성이라는 것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희생시켜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의 탐미주의적 집착은 변함이 없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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