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무대서 한국적 정서 “물씬”/“백의민족에서 따온 내이름 큰자랑”동포2세 영화배우겸 가수 하쿠류(백룡·한국명 전정일·43)씨의 발걸음이 부쩍 바빠졌다. 본업인 배우일, 부업인 가수일로 정신이 없다.
오는 11월 일본굴지의 영화배급사인 쇼치쿠(송죽)계의 전국극장에서 그가 주연한 「세번 건넌 해협」이 개봉된다. 내년 2월에 공개예정으로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세라핌의 밤」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지난 6월 발매한 독집앨범 「물속의 8월」이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일 「세라핌의 밤」의 주제곡을 담은 싱글미니디스크 「심해어」가 발매된다.
오는 28일에는 히트곡을 다른 인기연예인들이 부르는 니혼(일본)TV의 초인기 프로그램 「밤의 히트퍼레이드」에도 초대됐다. 방송국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주로 액션배우로 활동한 경력 때문인지 「강한 일본인」을 연상케하는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면에 밴 한국인의 정서가 풍겨나왔다.
『지난 2월 서울에서 부산까지 새마을호를 타고가며 산의 무덤을 보는 순간 우리선조들도 저기 어디에 묻혀있으리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시큰했다』며 『특히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면서 원인모를 아련한 그리움이 되살아 났다』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나 노래가 한결같이 한일의 문제, 재일동포들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것도 그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가수로 연예계에 뛰어들 당시 스스로 지었다는 예명은 「백의민족」과 아버지의 고향인 대구 「용계동」에서 딴 것이다. 이런 설명은 일본의 연예기자들한테도 반복해왔다.
그는 구세대에 비해 한결 당당하고도 현실적인 신세대 동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귀화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뿌리를 숨기지 않는다. 남북한문제등 정치문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일본사회에 「한국계 일본인」으로 기여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요시한다』는 경향이 몸에 배있다.
오는 11월 지진으로 동포들의 삶의 터전이 풍비박산된 고베(신호)시 나가타(영전)구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동포가수 아라이 에이치(신정영일, 한국명 박영일) 조동진등과 함께 할 합동위문공연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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