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가 지난 여름부터 연이은 자연재해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가뭄과 9월의 콜레라환자 발생, 적조피해로 농어민의 한숨이 채 꺼지기도 전에 8일 인근 해역에서 지진까지 발생하자 『이러다간 정말 큰 일 나는 것 아니냐』며 민심이 예사스럽지 않다. 지난 7∼8월 중부지방이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을 때 포항의 농심은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시민들은 연일 기우제를 지냈고 다리밑에 시장판을 벌이면 비가 온다는 속설에 따라 북천교밑에 거적을 깔고 좌판을 벌이기까지 했다.
가뭄이 한풀 꺾인 9월초 때아닌 콜레라환자가 전국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죽도시장의 수산물값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어민들은 출어를 포기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9월말에 적조까지 발생하자 참담한 어심은 극에 달했다. 경북 동해안의 전체 적조피해액 1백60억원중 포항의 피해는 73%인 1백17억원이었다.
적조현상이 소멸되기 시작한 지난 일요일. 늦잠을 즐기던 시민들은 난데없이 창문이 흔들리고 액자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날은 포항시가 중소도시로서는 처음으로 전국체전을 치러 성공적으로 마친 날이었다. 포항시민들은 자연의 잇따른 「배반」 앞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다.<포항=이정훈 기자>포항=이정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