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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루이스턴/장현동 문학평론가(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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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루이스턴/장현동 문학평론가(천자춘추)

입력
199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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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가치있는 명반과 그것을 만든 한 레코드사 제작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때는 1972년. 김소희명창 일행은 미국 카네기홀에서 처음으로 공연, 대성공을 거두고 한국의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그 어떤 음반사도 그의 이때 공연을 녹음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미국의 레코드사가 있었다. 1970년대 한국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명창과 명인의 빼어난 연주는 현지에서 아주 우수한 기술로 녹음·발매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지금 이 음반은 한국에 역수입되어 버젓이 외국레이블 이름으로 한국인에게 판매되고 있다.

거대한 메이저 레이블 워너 뮤직의 한 마이너 레이블인 「일렉트라 논서치」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논서치만의 자랑거리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데이비드 루이스턴이라는 인물이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을 모아 제작한 「탐험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들은 모두가 다른 여러 음반과는 달리 스튜디오녹음이 아닌 현지녹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녹음, 해설, 재킷을 포함해 사진까지 루이스턴 혼자서 만들어내었다 한다. 주로 60년대와 70년대에 이루어진 이 녹음들은 한국과 일본, 페루, 발리, 자바, 티베트, 가나 등 서방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민속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위에서 말한 「판소리」라는 이름의 명반이다. 루이스턴에 의해 제작된 이 음반들은 대단히 다이내믹하고 정보량이 많은 자연스런 음을 들려준다. 해발 1천2백∼3천 고도에서 녹음된 안데스산맥 민속음악들은, 기계적으로 완벽하지만 오염된 대기 속에서 녹음할 수 밖에 없는 요즈음 음반의 음질을 월등히 능가하고 있다. 선명도 높은 페루인들의 목소리, 비트 강한 박수소리가 마치 손에 잡힐 듯 하다.

가을이 무르익는 지금, 미국의 한 녹음광을 기억하며 자연음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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