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핵폐기장 건설계획이 「활성단층」이란 암초에 부딪쳐 표류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당국의 발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7년간의 방황끝에 굴업도를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을 때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핵폐기장 건설파문이 이로써 매듭지어 지기를 바랐었다. 기대와는 달리 굴업도마저 건설을 재검토키로 함에 따라 핵폐기장 건설후보지 선정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어 그 후유증과 함께 앞날이 걱정된다.과학기술처발표에 의하면 굴업도 주변 반경 3 해저에 2조의 활성단층이 존재할 징후를 발견했다는 것이 건설을 재검토키로 한 이유다. 지진등으로 지층의 변위가 계속적으로 일어나거나 근래 변위가 일어난 단층을 지칭하는 활성단층은 지층이 불안정해 핵폐기장 건설지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조치는 당연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취한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기처는 지난해 굴업도 선정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전국 2백10개 도서지역과 2백92개 임해지역, 90개 폐광지역에 대해 기술적인 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밝혔었다. 이중 굴업도는 지반이 견고·치밀한 응회암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암반의 균열도 적은데다 독립된 섬으로 지하수 수위의 변화도 거의 없는 등 기술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과학적인 배경설명까지 했었다.
이러한 설명과 달리 굴업도건설을 재검토키로 한 것은 당국의 기술적 조사가 비과학적이었거나 부실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과학적인 조사보다 굴업도가 외진 섬인데다 주민이 몇명 안돼 반발이 적고 지방자치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끝내려 한 점이 선정의 주요 이유가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가 핵폐기장 후보지를 선정하려 하거나 발표할때마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같은 반대를 무마하자면 무엇보다 먼저 보다 과학적이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는가.
원자력정책은 국민의 이해와 협조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뢰감이 우선돼야 한다. 굴업도문제는 정부의 원자력정책의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을 남겼다는데 아픔이 있다. 굴업도건설의 재검토소식이 전해진후 주요 후보지 주민들이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핵폐기장 건설을 추진하겠는가.
금년말이면 기존 원자력발전소내에 마련된 핵폐기물 저장시설등이 잇달아 포화상태에 이른다. 부지선정이 끝나고 건설이 시작됐다고 해도 늦은 판이다. 앞으로 새 폐기장 건설전에 쌓여갈 핵폐기물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또한 정부의 설명이 요구된다. 모든 것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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