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승객증가율 세계 1위/21개국 34개 항공사 취항/하루에 575편 들락날락/10년새 3배 비약적 성장20세기초 미국의 국무장관을 지낸 존 헤이는 『지중해가 과거의 바다, 대서양이 현재의 바다라면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라고 말했다. 지금 그의 말은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다만 그 무대가 바다가 아닌, 하늘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중심지공항으로 부상하고 있는 김포공항의 취항 항공사와 노선, 승객수의 증가추세를 살펴보면 실감이 난다.
김포공항을 취항하고 있는 외국 항공사는 현재 21개국 34개 항공사. 87년의 10개국 12개 항공사에서 10년도 채되지않아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90년이후 새로 취항한 항공사만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를 비롯해 중국국제항공, 에어캐나다, 호주의 콴타스항공, 브라질의 바스피항공, 에어뉴질랜드, 베트남항공등 14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항 항공사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현재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2개 국적항공사의 국제노선 숫자는 9월말 현재 1백8개(16개노선 중복)에 달한다. 외국항공사의 취항노선도 75개에 이른다. 물론 이 가운데 절반이상이 80년대말이후 새로 개설된 노선.
김포공항을 운항하는 항공기 운항편수도 하루 평균 5백75회로 85년의 1백37회에 비해 10년사이 3배이상 늘었다. 최근들어서는 홍콩이나 도쿄등을 경유, 운항했던 서울행 노선을 직항노선으로 바꾸는 외국항공사가 늘어나고 좌석수요에 맞춰 서울노선에 대형 비행기를 교체투입하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외국항공사의 서울취항과 국적항공사의 신규취항 노선이 늘어나면서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종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무엇보다 항공사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항공기 좌석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직항노선이 늘어나면서 장거리노선의 운항시간이 줄어들어 여행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국제공항위원회(ACI)의 조사결과 김포공항은 전세계 4백1개 국제공항 가운데 이용승객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4년 한해동안 김포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경유승객을 포함, 2천7백93만명으로 93년에 비해 19.6%나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율은 전세계 국제공항 평균인 8%보다 2배이상 높은 것. 특히 이용승객의 절대숫자에서도 세계 13위를 기록해 홍콩의 카이탁공항(17위), 도쿄의 나리타공항(21위), 싱가포르의 창이공항(27위), 방콕의 돈무앙공항(29위)보다 훨씬 앞섰다.
한마디로 김포공항이 과거의 「종점공항」(Feeder Airport)에서 벗어나 이제는 태평양권의 「중심지공항」(Hub Airport)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명한 지표들이다. 항공대학의 이영혁(이영혁·항공교통학과)교수는 『김포공항의 경유여객 비중은 15∼20%에 이르고 화물의 경우 김포공항을 거쳐가는 전체화물의 70%가 제3국으로 가는 경유화물』이라면서 『김포공항은 이미 80년대말을 고비로 중심지공항의 대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특히 김포공항의 중심지공항 부상이유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커진데다 ▲해외여행자유화로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북방외교의 성과로 구소련 및 중국노선의 개척이 가능해진 것등을 꼽았다.<박정태 기자>박정태>
◎에어루트/외국사 서울노선 대형기투입 증편러시
김포공항이 태평양권의 중추공항으로 부상하면서 외국항공사의 서울취항과 서울노선의 증편, 대형항공기 투입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한국인 승객이 급증하는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 항공사들의 취항확대 움직임이 활발하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이 서울―시드니 노선에 처음 취항한 것은 91년11월. 콴타스는 첫 취항 1년만인 92년11월 운항편수를 주2회로, 93년7월에는 주3회로 늘렸다. 94년7월에는 2백40석짜리 보잉 767기를 4백20석짜리 보잉 747 점보기로 교체했고 오는 11월에는 운항편수를 주4회로 늘린다.
브리티시 에어웨이(BA)도 88년 서울―런던 노선에 취항하면서 올해 3월까지는 홍콩을 경유해왔으나 지금은 주2회씩 서울―런던 직항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BA측에 의하면 직항노선 개설후 서울―런던 승객이 작년보다 1백30%나 증가했다. 에어프랑스도 작년까지는 7∼8월 성수기에만 주3회 운항하던 서울―파리 노선을 올해부터 연중 주3회로 늘린데 이어 올해말 중국영공 통과노선이 가능할 경우 주4회로 늘릴 계획이다.
◎싱가포르항공 추왕 겡 부 서울지점장/“요금은 내리고 서비스강화 승부 한국승객 급증 작년8만명 이용”
『세계 각 항공사들은 갈수록 좁아지는 항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공료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기내에 국제전화·팩시밀리를 갖추는가 하면 기내식으로 각국의 고유음식을 제공하는등 서비스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항공의 추왕 겡 부(45) 서울지점장은 항공업계의 치열한 생존경쟁 현황을 이같이 설명하면서 한국의 항공사들도 각고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선의의 충고를 했다. 추왕지점장은 『한국과 외국 항공사를 함께 이용해본 승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 항공사가 값도 싸고 기내서비스도 좋다고 다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항공의 경우 지난해 한해동안 한국승객이 8만여명에 이르는등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에는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과 부산 중구 중앙동등 2곳에 지점을 두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해 내년부터는 지점망을 서울강남등지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지난 75년 국내에 취항한 싱가포르항공은 현재 서울―싱가포르등 4개노선에 주 17편을 운항하는 주요 국제항공사.
당초 서울-싱가포르 1개노선만 운영하던 싱가포르항공은 89년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승객수요가 급증하자 서울―타이완―싱가포르, 싱가포르―서울―밴쿠버노선을 신설했고 지난해부터는 싱가포르―서울―샌프란시스코노선을 새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특히 새로 도입한 서울―샌프란시스코노선에 대해서는 왕복 58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운임을 적용하고 있다.
추왕 지점장은 『지난달부터 서울을 경유하는 노선에 한국노래를 방송하고 있으며 오는 11월부터는 KBS뉴스도 제공할 예정』이라며 『기내식도 현재 고추장 등 일부 품목만 한국식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앞으로 한국 음식품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항공은 현재 세계 41개국 74개도시에 직항망을 갖추고 있고 그 밖의 지역에는 스위스항공·델타항공을 통해 세계 어느 도시든 즉시 연결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추왕지점장은 『본사에서는 현재의 노선망에 만족치 않고 앞으로 직항로를 더욱 많이 개발해 승객들이 갈아타지 않고 원하는 지역에 곧바로 닿을 수 있도록 노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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