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삶의 질 세계화」의 구체적 방안 마련과정에서 사회정책의 생산성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복지의 획기적 향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국민복지기획단의 작업과정에서 복지의 생산성·소비성에 대한 말들이 오간다고 한다.그리고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환경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고용안전, 산재처리 등과 관련하여 노동정책의 강화가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반론과 이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중이다.
이러한 대립된 입장들은 눈앞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따지면 그 차이를 해소하기 어려운 것같아 보인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대립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왜냐하면, 가장 사회통합적이고 친환경적이고 문화보호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해 온 유럽각국이 자본주의의 붕괴에 대한 수많은 예측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지속적이고 안정된 경제성장, 민주주의, 문화발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논리와 사회·문화·생태논리를 제로섬의 대립된 관계로 파악함으로써 사회·문화·환경적 기준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경제성장을 끌어내려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적 사고이며 천민자본주의의 발로다. 질높은 발전은 두가지 영역의 발전이 상호촉진적이 되는 상태이며 이러한 상황에서만이 경제발전이 삶의 질의 향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인식의 대전환을 시급히 필요로 한다.
그동안 성장지상주의하에서 복지, 보건, 환경, 문화, 노동 등 사회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를 떠나서 정책 자체가 제대로 존재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측면에서 후진성을 보여 왔다. 이러한 정책의 부재는 곧 갖가지 사회문제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자원 투입의 결여로 나타났으며 그 궁극적인 결과로 우리는 곤궁계층의 소외, 국민건강의 열악성, 공해와 오염에 따른 생활환경 악화, 문화생활의 퇴락, 양질의 노동력의 고갈 등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사회정책의 생산성과 소비성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국가발전단계상 필요한 사회정책은 그 경제발전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근거한 장기적 생산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