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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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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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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조그마한 치즈공장을 하던 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최근 사업을 정리하면서 돌이켜보니까 자기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사업이 아니라 결국은 부동산 투자가 되고 말았다고 술회를 했다. 적자를 견디다 못해 사업을 포기했는데 회사를 정리하고 나니까 상당한 돈이 남았다는 것이다. ◆누적된 적자가 엄청났지만 공장부지를 처분한 것이 엉뚱하게 돈을 벌게 해주었다. 10여년전 5천만원을 주고 3천평 공장부지를 마련한 것이 효자노릇을 했다. 땅값으로 9억여원을 받고 나니 투자비에다 사업하면서 까먹은 돈을 벌충하고도 수억원의 돈을 챙길 수 있게 되더라는 것이다. ◆제품이 잘 팔리는 데도 사업이 망한 것은 자금때문이었다. 원료인 우유는 현금 줘야 살 수 있고 치즈 만드는데 4∼5개월 숙성기간이 필요한데다 납품대금은 6개월짜리 어음이니까 현금 투입해서 제품 만들고 판매대금을 현찰로 다시 손에 쥐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린다는 얘기다. ◆20%가 넘는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1년 가까이 돈을 잠겨두게 되니까 아무리 제품이 잘 팔리고 장사가 잘 돼도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사업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땅때문에 살게 됐다는 것이다. 재경원이 제출한 국감자료에 의하면 올들어 7월말까지 부도업체수가 7천9백여개로 전년동기비 34.7%나 늘었다. ◆망해가는 이들 기업의 사정은 다 비슷하다. 그나마 땅이라도 갖고 있던 기업들은 그래도 낫다. 기업 간판을 달고 합법적으로 땅투자를 하면 그나마 살아남을 방법이 생기고 오로지 사업만 한 기업들은 거품처럼 사라져야 하는 게 우리나라 기업풍토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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