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자료 총동원·보안전 치열/지역개발싸고 같은당끼리 설전/취중발언·벙어리 질의에 빈축도종반단계에 접어든 국회의 국정감사는 예년에 볼수 없던 진풍경들이 적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야의원들의 「PR경쟁」이 어느때보다 노골화했고 과거에도 물의를 빚었던 「취중국감」이 재현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중진의원들은 아예 국감장에 참석지 않았고 평의원중에는 단한번도 질의를 하지 않는 「벙어리의원」도 적지않아 「직무유기」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또 일부 수감기관은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종전의 수비형 자세에서 벗어나 과감한 「공격형 방어」로 정면대결장면도 연출했다.
○…한국은행 부산지점 폐지폐유출사건과 관련, 재경위의 1반이 사건현장을 시찰해 언론의 조명을 받자 지난 6일 2반도 예정에 없던 옥천조폐창시찰을 즉석에서 결정하는등 경쟁의식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또 법사위 재경위 건교위등 이른바 쟁점상임위에서는 수십쪽에 달하는 「논문성」질의자료와 사진, VTR등 시청각자료가 다반사로 배포, 제시됐고 K, L의원등 국방위의 장성출신 야당의원은 다음날 질의내용에 대한 보안경쟁까지 벌였다. 지역개발문제를 놓고 같은 당의원끼리 공방을 벌인 경우도 있다. 경부고속철도 노선에 대해 TK출신인 민자당의 최재욱 의원이 기존노선 고수를 주장한 반면 부산의 김운환 의원이 수정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 케이스. 보건복지위에서는 의원들이 최대쟁점으로 떠올라 있는 한약분쟁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눈길. 한약 및 양약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상황에서 잘못 끼여들었다가 한쪽을 편든다는 인상을 줄 경우 총선에서 득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계산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재경위의 한국은행감사에서 일부 민자당의원들이 술에 취해 벌개진 얼굴로 수감기관장에게 『빨리 빨리 읽어버려』라고 재촉했는가 하면 야당의원의 발언도중 벌컥 화를 내며 퇴장하는등 추태를 보였다. 내무위의 지방자치단체감사에서는 야당단체장취임에 따라 여야의원 및 단체장사이에 색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충남·북감사에서 민자당의원들이 신랄한 질의를 편데반해 자민련측이 엄호에 나섰으며 전북감사에서는 국민회의 의원들이 『서면답변으로 끝내자』며 「바람」을 잡기도 했다.
○…국방부와 재경원은 『의원들의 사전 질의자료배포를 통한 일방 보도로 사실이 과장되고 있다』며 감사시작전부터 수십종의 답변자료를 미리 배포하는등 맞대응했다. 또 홍재형 경제부총리는 내년예산이 「총선용 팽창예산」이라는 야권의 파상공세에 『내년 경제성장률보다 예산증가율이 낮아 안정지향적 예산』이라고 반격하는등 자신감을 보였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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