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밤 95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에도 한국문학은 스웨덴한림원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지난해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가 노벨상을 받는 것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아야 했던 우리나라 문학인들은 이번에도 실망을 하고 말았다.스웨덴한림원은 매년 11월께 각국의 펜클럽본부, 문학과 관련있는 임의단체에 공문을 보내 이듬해 선정할 수상작가후보를 추천, 작품과 함께 보내주도록 공문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서정주 시인을 한국의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했었다. 최근까지 추천된 우리 문학인은 한말숙, 최인훈, 김동리(95년 6월 사망) 김지하씨 등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학인들은 아직 노벨문학상 후보에 근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펜클럽한국본부의 관계자는 『우리 문학작품의 홍보를 위한 조직적인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고 말한다. 우리가 서정주의 작품자료를 보낼 때, 영어로 번역된 시선집 한 권을 보내는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최소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거기다가 스웨덴어로 번역된 작품을 함께 보내야만 어느 정도 체면이 선다. 책의 제본도 페이퍼 백이 아닌 양장본으로 깨끗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4천만∼5천만원의 경비가 필요한데 펜클럽으로서는 그러한 자금을 댈 수가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원작의 작품성이 뛰어나야 하고 번역이 빼어나야 하며 번역출판된 책이 세계의 독서시장에서 널리 유통돼 주목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책을 잘 만들거나 유통이 잘 되도록 하는 문제는 둘째치고 번역작업부터가 부진하기 짝이 없다. 한국문학 번역사업은 특정 문학인, 그것도 특정 작품, 특정 언어권에 편중돼 있고 출판된 책은 외국의 공공기관, 우리나라의 재외공관에나 비치되는 실정이다.
9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의 경우는 그의 책이 스웨덴어로 번역돼 있었음은 물론, 스웨덴의 여러 서점에 진열돼 잘 팔리지 않을 경우 그 곳 일본대사관이나 일본인들이 계속 구입해 유통이 잘된다는 인상을 주고, 읽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후문이다.
각종 문화행사가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10월 문화의 달 표어 당선작은 「일등나라 일등국민 문화가 만듭니다」이다. 문화체육부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이 표어는 문화의 힘과 효용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표어를 선정할 만큼 문화의 중요성을 인정은 하면서도 정부의 문화에 대한 투자나 정책적 배려는 아직도 미약하다. 특히 문학중흥과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한국문학이 세계적으로 수준이 뒤지거나 내놓을 만한 문학인이 없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노벨문학상의 정치성과 지역안배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학상 수상이 문학 자체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년은 정부가 정한 문학의 해. 이 뜻깊은 해에 우리 문학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경사를 맞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학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관심, 지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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