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와 사법부간에 사법개혁문제를 놓고 감정을 앞세운 노골적 힘겨루기 양상이 빚어지고 있음은 실로 유감스럽다. 쌍방 모두 지금부터라도 잃었던 품격과 이성을 되찾아 국민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국정을 원활히 수행해 주길 바란다.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이홍구 총리의 발언이다. 먼저 우리는 이총리가 어떤 생각과 의도로 그런 상식을 벗어난 발언을 불사했는지 이해키 어렵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나라의 행정수반이 법원행정처장과의 개혁방안논의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협조를 구해야 할 사법부에 대해 『개혁을 원치 않고 있다』고 지탄하고 정부안을 관철할 것임을 공언한 것은 여러 모로 적절치 못한 언행이었다 하겠다.
총리 스스로 그같은 발언이 공개된뒤 즉각 대법원장에게 사과를 겸한 해명을 하고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거듭 사과의 뜻과 함께 갈등의 조기해소 희망을 피력한 것은 수습을 위한 불가피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그같은 수습노력만으로 깊은 감정의 골이 메워지고 사법개혁이 국민이 바라는 수준으로 원활히 진척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왜냐하면 총리발언에 대한 사법부의 반응 또한 너무나 격렬해 위신을 잃을 정도였고, 총리의 해명회견 뒤에도 예정됐던 논의일정마저 취소할 정도로 자세가 여전히 굳어져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사법부는 최근 대통령의 광범한 정치적 사면조치 때문에 삼권분립정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법조계 내부의 비등하는 여론과 사법개혁에 있어서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일부 기성법조인들의 압력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여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는 사정이 그럴수록 총리의 발언에 대해 더욱 의연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국민앞엔 오히려 적극적 사법개혁의지와 방안을 밝히는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총리발언과 마찬가지로 사법부반박성명 역시 그런 점에서 사려깊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창의적 경쟁과 차선의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행정부의 사법부 경시풍조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낳게 한 총리나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여 오히려 기득권지키기 오해를 살 수도 있게 된 사법부나 국민 앞에서 더욱 민주적 기본자세를 가다듬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실망 않을 국민이란 없을 것이다.
이번 힘겨루기가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사법개혁과 세련된 민주적 국정운영으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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