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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나눔」을 향한 목소리(광복 50/다시여는 반세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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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나눔」을 향한 목소리(광복 50/다시여는 반세기:17)

입력
199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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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정의 없이 선진경제 없다”/근로­자산소득 격차따른 부편재 사회갈등 유발/실명제강화·공평징세로 빈부차 줄여야경제개발이 본격화한 60년대이후 약 20여년간 「분배」는 우리사회에서 금지된 용어였다. 분배의 요구는 더욱 용납될 수 없는 정치적 항의이자 경제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성장이 최고의 선이고 또 성장을 위한 희생이 지고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개발연대엔 사실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는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계층분화가 진전되면서 분배요구의 목소리는 높아지기 시작했다. 80년대중반 민주화열풍속에 정부는 「분배정의」요구를 정치·경제적으로 해금, 마침내 성장에 버금가는 최대 정책과제로까지 설정했다.

사실 분배정의실현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많은 생산요소을 갖고 많은 부가가치를 산출한 사람이 많은 과실을 차지하는게 당연한 원리인 이상 어느 정도의 빈부격차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나 복지천국이라는 북유럽국가에도 부의 편재는 늘 문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압축성장기를 통해 분배문제를 애써 외면했던 우리에겐 부의 불평등은 이제 단순한 소득격차차원이 아닌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사회병리현상으로 번져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80년대말을 기준으로 국내소득상위 10%의 계층이 전국민자산의 43%를, 상위 20%계층은 6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부동산은 상위 5%계층이 전체 사유지면적의 65%를 차지하고 금융자산도 10% 소득상위계층의 보유비율이 총금융자산의 61%에 달하고 있다.

물론 과장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통계상으론 우리나라의 분배구조가 미국 일본보다 훨씬 더 균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착실하게 일하고 월급을 꼬박꼬박 모으는 것으론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허탈감이 빈곤계층은 물론 대다수 중산층에도 널리 만연해있다. 바로 일하지 않고도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자산소득」때문이다.

누진세율에 의해 세금이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엔 빈부차가 클 수 없다.

하지만 금융자산 이자·배당소득, 부동산 임대·양도소득같은 「불로소득」은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있다. 자본 토지도 중요한 생산요소이자 소득원임은 분명하지만 과도이익을 낳는 투기수단화한다면 오히려 경제발전에 치명적 저해요인이 된다. 투기소득자에겐 막대한 부를, 대다수 무주택자에겐 한없는 빈곤과 박탈감을 제공했던 80년대말의 지가폭등, 금융기관을 통해 서민의 호주머니돈을 금융자산가에게 고스란히 갖다바치게 하는 만성적 두자릿수 고금리구조가 바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소득재분배의 핵심정책수단은 조세이다. 고소득자에겐 고율의 세금을, 저소득자에겐 저율의 세금을 거둬 결국 소득격차를 줄이고 또 거둔 세금으로 빈곤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낮은 과표현실화율, 근로소득(원천징수)과 사업·자산소득(신고납세)의 과세포착률 괴리, 과다한 조세감면등으로 현행 세제는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재분배 기능확충을 위해선 조세부담률을 선진국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는 하나 금융·부동산실명제를 강화하고 과표를 현실화해 촘촘하고 공평한 징세망을 편다면 결코 일반서민의 세부담증가 없이도 조세부담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물가안정을 통해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수익률을 대등화한다면 부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무조건 선진경제는 아니다. 한사람은 앉아서 10만달러를 벌고 나머지 9명은 땀흘려 1백달러씩 벌어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를 넘지만 결코 건강한 경제의 모습은 아니다.

정의없는 분배는 박탈감과 위화감, 나아가 계층간 적대감으로까지 번져 경제는 결국 발전의 원동력을 잃고 만다. 성장과 분배정의는 서로를 필요로하는 동전의 양면이다.<이성철 기자>

◎전문가 진단/“한국,소득분배 수치로는 일·영보다 공평 부집중 막게 세제·사회보장정책 보완을”/권순원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이용가능한 소득분배지표들이 시사하는 것처럼 과연 우리사회에서 분배정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일본학자에 의해 집계된 소득분포에 대한 국제비교통계에 우리나라 수치(통계청 자료)를 가미하여 검토해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분배상황은 타이완(대만)보다 약간 뒤지고 있을뿐 일본 영국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선 평등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타이완 스웨덴과 더불어 소득분배가 가장 공평한 나라중 하나라고 간주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몇가지 분석을 통하여 이 문제를 재조명해보기로 하자.

먼저 재산소득의 집중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어느 나라에서나 부의 분배는 소득분배에 비하여 훨씬 불평등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80년대 후반기의 호황이래 부유층에 돌려지는 재산소득의 비율이 뚜렷이 높아지고 있다고 관측된다.

더욱이 고소득층에 귀속되는 재산소득은 현저하게 낮게 신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세제개혁에서도 종합소득세에 포함되는 금융소득의 범위를 제한시킨 바 있어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개인소득에서 차지하는 재산소득의 비중이 높을수록 분배구조는 악화되는 추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로 일본의 경우 70년대말에 비해 80년대중반에 와서 토지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부의 편재현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소득분배지표가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등 선진국들은 부의 집중을 규제하는 세제상 장치등을 마련하여 재산소득비중을 상대적으로 감소시켜 왔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분배평등화를 위한 정책적 소득재분배 수단으로서 조세정책 및 사회보장급여등 이전소득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평가된다.

한가지 분명한 긍정적인 요인은 노동분배율이 상승하여 소득분배를 평등화 방향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의 노동시장은 공급과잉에서 부족으로 전환되었고 최근 저소득근로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 임금격차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특히 80년대후반부터 추진된 민주화경향과 어우러져 임금격차축소를 가속화시켰기 때문에 소득분배평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적으로 소득분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검토해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분배지표는 부의 집중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소득분포상황을 바르게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소득분배자료의 정도를 높여나가는 노력과 함께 지역·계층간 소득격차, 영세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같은 사회적 갈등요인이 성장잠재력의 기반을 잠식하지 않도록 성장과 형평의 적절한 조화를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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