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발언 진의·파장/“꺼진 여론 살리기” 분석/불거진 정부법조계 갈등 장기화 소지이홍구 국무총리는 6일 사법개혁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일단 「유감」과 「사과」라는 표현을 써가며 발을 뺐다.
그는 『비공식 자리에서 사법개혁 진척상황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한 얘기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원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종영 법원행정처장은 통렬한 반박문을 낸데 이어 총리와 갖기로 했던 단독 요담마저 거부했다.
이총리 자신도 인정했듯이 총리가 밝힌 사법부 개혁에 대한 견해에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대목이 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총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진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의도가 있는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이총리의 발언은 최처장과의 단독 요담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나왔다. 또한 새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정부가 사법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최종 시한(7월말, 8월말)이 넘어간지 오래이고 여차하면 해를 넘길 형편이다.
더욱이 사법개혁 초기에 들끓었던 여론도 잠잠해져 버렸다. 항간에서는 『법률전문대학원 설치방안이 무산되고 사법개혁은 대충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총리 발언은 성사가 불투명해진 법률전문대학원 설치 문제를 다시 한번 여론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던져본 「화두」로 해석될수도 있다. 언행에 신중한 이총리의 평소 태도를 보더라도 그렇다.
어쨌든 이총리 발언은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데는 성공한것 같다. 여론은 법률전문대학원 설립등의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를 도입해보자는 정부안을 지지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조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져 사법개혁 추진이 더욱 요원해 질것 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총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법조계간의 갈등은 장기화할 소지가 많다.<홍윤오 기자>홍윤오>
◎대법원 입장·분위기/“실무진 손 이미 떠났다”/법조인양성 사법부책임은 양보 불가
이홍구 총리가 6일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도 더이상의 공식반박을 자제키로 함에 따라 양측의 극단적인 감정대립은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총리의 해명을 곧 「정부안대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기본입장의 후퇴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총리의 발언으로 정부와 사법부간의 주도권다툼으로 비쳐진데 대한 「해명」정도로 보고있다.
대법원은 이날 하오로 예정됐던 최종영 법원행정처장과 이총리의 면담을 취소했다. 전날의 격앙된 감정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여서 격의없는 대화가 어렵다는 이유였지만, 실은 이총리의 발언배경에 정부측의 「여론을 동원한 세몰이」의도가 작용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1일 세계화추진위원회의 대통령 보고회의전까지 잠정적 합의라도 끌어내려던 정부측의 계획은 난관에 부딪쳤다. 앞으로 개혁논의가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문법과대학원 도입에 반대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더욱 완강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어떤 식의 개혁이든 법조인양성의 주된 책임은 사법부가 져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함께 정부측의 창구가 단일화돼 있지 않다는데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있다. 형식상 대표기구는 세추위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이 주도하고 있어 효과적인 논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어떻든 정부가 전문법과대학원을 도입하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사법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당사자로서 국민과의 약속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법원 고위관계자도 『이 문제는 이미 실무진들의 손을 떠났다』며 『이제 남은 것은 대통령의 결단뿐』이라고 말했다.<이희정 기자>이희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