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독 권력남용행위 대부분 상징적 단죄/「탈출자 사살」 관련땐 엄격히 처벌베를린의 모아비트법원에선 요즘 「별들의 재판」이 초미의 관심속에 진행되고 있다. 피고인들은 구 동독정권의 국방협의회 위원이었던 8명의 전직 장성들이고 혐의는 살인교사죄이다. 분단시절 서독으로 탈출을 시도하던 동독주민들을 사살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지난달 공판이 시작된 이 재판은 2백명에 달하는 증인과 방대한 자료들로 인해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독일 통일 과정은 한편으로 기나긴 재판의 연속이다. 민족 내부의 앙금을 씻어 내고 통일 민족국가의 좌표를 가다듬기 위한 재판들은 통일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베를린시에서만도 현재 1천7백여건의 「통일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모두 끝나려면 아직 몇년이 더 필요하다.
이같은 과거청산의 재판들은 거의 대개 정권적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법률적용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물론이고 정치적으로도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주권국가였던 동독정권하에서의 법적 행위들을 새로운 국가에서 단죄하는 것이 합법적이냐 는 시비다. 더욱이 90년 당시 동·서독간 체결된 통일조약은 「동독정권치하의 행위에 대한 사법처리는 행위지 법 원칙에 따라 동독법률에 따르기로 한다」고 규정해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의 재판결과들을 보면 통일독일은 구 동독의 정권적 범죄행위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상징적 단죄를 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10년 징역형이 지금까지 나온 최고형이다.
통일초기 고급당원 및 고관·비밀경찰 등 수천명이 권력남용 혐의로 조사대상에 올라 3백36명이 기소됐으나 이중 1백70명만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것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수많은 구동독 판·검사들이 법적용의 곡해·남용혐의로 조사대상에 올랐으나 이 가운데 10여명만이 유죄선고를 받았으며 비밀경찰의 끄나풀로 활동했던 교사 공무원등 5천여명도 일자리를 박탈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동독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을 사살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동독을 탈출하려다 사살당한 사람은 모두 6백여명으로 그 유가족들이 상당히 많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이에관해서는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청산 재판의 최고형인 10년형도 여기서 나왔다.
이같은 과거청산 작업을 위해 베를린 검찰은 「동독정부에 의한 범죄행위 특별수사부」를 가동중이며 연방하원은 「동독공산당 독재체제 청산특별위원회」를 설치, 지난 5년간 광범위한 조사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독일정부는 또 92년부터 구동독 공산폭력정권의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해말까지 형법상 복권을 신청한 주민이 13만명에 달하며 희생자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액도 지금까지 5억5천만마르크를 넘어섰고 앞으로 총보상액이 20억마르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베를린=송태권 특파원>베를린=송태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