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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전재희­95년의 두여성(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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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전재희­95년의 두여성(장명수 칼럼)

입력
199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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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 협의회(회장 이연숙)는 제11회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로 이령애(47)대전고법 부장판사와 전재희(46)광명시장을 선정했다. 그 상은 매년 가을 전국여성대회에 맞춰 선정되는데, 점차 상의 제정취지에 걸맞은 수상자를 낼 수 있을 만큼 여성계가 탄탄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95년은 이영애·전재희씨에게 특별했을 뿐 아니라 한국의 여성계에도 특별한 해였다. 95년에 한국 여성계는 최초의 여성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최초의 여성 민선시장을 갖는 기쁨을 누렸다. 법조와 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성중심의 분야인데, 그들이 마침내 이룩한 뜻깊은 성취는 여성 후배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것이다.

이영애판사는 71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같은 해 사법고시에 수석합격했으며, 날카롭고 섬세한 사건분석과 명쾌하고 논리적인 판결문 작성으로 여자판사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극복해 왔다. 그는 지난 9월 동기생중 가장 늦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면서 『먼 길을 외롭게 걸어온 기분』이라고 말했고, 이번에 상을 받게 되자 『주변의 편견을 되도록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 왔을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는데, 그 절제된 표현에서 24년 법조생활의 애환을 읽을 수 있다.

전재희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으로 당선된 유일한 여성인데, 전국의 많은 여성들이 그의 당선을 기원하며 개표과정을 지켜 보았었다.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73년 여성 최초로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90년 노동부 직업훈련국장으로 행시출신 첫 여성국장이 되었고, 94년에는 광명시장에 임명되어 여성시장 1호를 기록했다. 그는 민자당의 지방선거 후보 공천 1호로 출마하여 여성 민선시장 1호가 됐는데, 수많은 「여성 1호」를 특유의 일 욕심으로 열심히 뛰어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시장에 취임한 후 새벽 6시부터 시민들과 함께 거리청소에 나서 「빗자루 시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조직적인 여성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각기 자기분야에서 자력으로 든든하게 자리잡음으로써 영향력을 키워 가는 것이다. 여성쿼터를 채우기 위해 1회용으로 여성을 임명해 온 과거의 관행이 여성지위 향상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많은 여성들이 뒤늦게 깨닫고 있다. 95년의 두 여성은 여성 대법관, 여성 도지사를 향해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여성계의 격려속에 오는 12일 전국여성대회에서 「오늘의 여성상」을 받게 된다. 그들의 성취에 자극받고 용기를 얻은 수많은 여성후배들이 그들의 뒤를 따라갈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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