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끝에 창립대회를 갖고 출범한 정치개혁시민연합(정개련)은 3김 시대의 청산과 탈지역주의 등을 주축으로 하는 개혁신당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기성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 넣어 낡은 정치의 틀과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이들의 의욕과 순수성은 평가할 만하다.정개련이 계획대로 장차 30대의 젊은 연대 및 시민운동단체대표 등 각계 인사들과 손잡은 데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등 순조롭게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 15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경우 정치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개련의 개혁신당 가능성은 적지 않다. 더구나 요즘 김대중총재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총재의 자유민주연합간에 벌이고 있는 보수논쟁―색갈시비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리민복과 직결된 정책경쟁이 아니라 15대 총선에 앞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력까지 들먹이는 인신공격성의 싸움이어서 식상한 국민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정개련의 진로는 결코 낙관적이 아니다. 그동안 중대한 정치적 변혁기를 맞을 때마다 정치의 체질개선을 목표로 진보적인 개혁정당이 기치를 내세웠으나 단 한번도 기성정치권의 벽을 뚫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로서 88년 13대총선에 나섰던 한겨레민주당은 총유효투표수의 1.28%, 민중의당은 0.33%, 92년 14대총선에 나섰던 민중당은 1.5%만을 얻는데 그친 것이다.
따라서 정개련이 정치풍토의 쇄신을 바라는 개혁신당을 성공시키려면 먼저 과거 재야 민주화투쟁 시절의 독재와 반독재라는 2분법적인 투쟁자세를 벗고 개혁을 바라는 모든 세력을 포용하는 열린 자세를 갖춰야 한다.
다음, 무작정 3김시대의 청산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세대교체와 탈지역주의가 필연적이라는 당위론을 제시해야 하며 나아가 각 부문별로 타당성 있는 정책대안을 통해 개혁신당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중견원로를 구심점으로 내세우는 것도 필수적이다. 똑똑한 지식인들, 중견명망가들이 많이 있으면서도 정개련의 대표적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단체로서는 최대의 약점이 될 것이다.
정치는 한낱 도덕운동, 정신운동 및 구호나 캣치프레이즈만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냉엄한 현실에서 국민의 지지확보가 생명이다. 기성정치권을 붕당정치, 사당정치, 권위주의 정치니 하지만 그들은 노련한 프로들이다. 아마추어들이 그 프로들에 대항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개혁신당의 당위성을 납득시키는 것만이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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