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후보 부상따른 옐친 견제속 표명/총선 협력유도 위한 「일시적 타협」 추측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총리가 4일 내년 6월 대통령선거에 불출마할 뜻을 밝혀 주목되고 있다. 체르노미르딘의 불출마 표명은 그가 보리스 옐친대통령과의 불화로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집중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옐친과 체르노미르딘 사이에 모종의 「정치적 타협」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즈베스티야지등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최근 옐친대통령의 측근 세력들이 옐친의 중병설이후 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체르노미르딘총리를 강력히 견제하고 있으며 그가 해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옐친과 체르노미르딘 사이에는 그동안 심각한 냉기류가 흘렀던 것이 사실이다. 체르노미르딘은 휴가중인 옐친과 두차례 면담계획이 잡혀 있었으나 실제로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게다가 옐친은 지난달 11일 휴가에 들어가기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각이 너무 긴축정책을 펴서 서민생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총리의 정책기조를 비판했었다.
이와 함께 체르노미르딘의 정치기반인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그의 영향력하에 있는 한 석유수출회사의 사장과 회계담당자가 연방보안국(FBS)에 체포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심지어 옐친이 체르노미르딘에게 해임 전단계인 장기휴가를 권고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일련의 이같은 불화설 배후에는 옐친의 측근세력인 코르차코프경호실장, 빌소 일류힌 비서실차장, 소스코베츠 제1부총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옐친이 재집권하지 못하면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인물들이다. 이들은 의회선거에 체르노미르딘의 「나시돔 로시야(우리집 러시아)」당이 압승할 경우 그가 옐친에게 정면으로 대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해임설을 고의적으로 흘렸다는 것이다.
체르노미르딘은 지난 3일 저녁 모스크바 교외 대통령전용별장에서 옐친을 만나 자신은 대권에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충성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무조건 굽히고 들어간 것은 총선을 앞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옐친과 그의 측근세력과 대립할 경우 전혀 득이 될 게 없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체르노미르딘의 선수로 양측은 타협을 했으나 이는 본격적 권력암투를 총선이후로 미루는 일시적 타협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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