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등 최근 문화현상 신화차원서 재미있게 분석해마다 개천절이 되면 우리는 국조 단군을 생각하게 되고 아득한 옛날, 이 땅에서 벌어졌던 신화적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환웅천왕의 하계에로의 강림과 웅녀와의 혼인, 그리고 단군의 개국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어느덧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을 회복하게 된다. 신화는 이처럼 개천절이라는 의례를 통해 일상의 우리를 태초의 거룩했던 그 순간에 재통합시키는 힘을 갖는다.
신화의 힘이 행사되기는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의 단군릉 발굴과 대대적 성전건립은 결국 신화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일체감을 확인하고 역사적 정통성을 보장받고자 하는 욕구의 발로이다.
미국의 저명한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동서양의 신화·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일찍이 「천의 얼굴을 한 영웅」을 비롯 다수의 신화관계 저작을 집필한 바 있다. 신화학도 초창기에는 기독교및 그리스·로마신화를 표준으로 삼고 중국신화와 같은 이방의 신화는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것으로 평가하는 편견이 있었다.
융과 같은 심리학자나 엘리아데같은 비교종교학자의 노력에 의해 이러한 경향은 많이 시정되었는데 특히 캠벨은 융파의 입장에 서서 동서양의 신화·종교를 회통하는 일관된 원리를 인류의 보편적인 심성에서 찾고자 노력하였다.
「신화의 힘」(고려원간·1992)은 캠벨과 저널리스트인 빌 모이어스와의 대담을 정리한 것으로 신화에 대한 캠벨의 평생의 견해와 입장이 평이하게 서술된 책이다. 이 책에서 캠벨은 신화가 현대문명, 특히 서구문명에서 가지는 크나큰 의의에 대해 강조한다. 컴퓨터, SF영화등 최근의 문화현상도 신화의 차원에서 재미있게 분석하면서 그는 현대문명이 인간의 외양은 발전시켰으나 내면을 소홀히 했음을 지적하고 신화가 내면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오늘날을 비신화한 세계로 규정하고 보수종교의 편협성에 실망한 그는 신화가 우리를 영적인, 범인류애적인 의식의 수준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세계 각국의 온갖 사례를 들어 그는 결국 신화란 우리가 궁극적으로 걸어야 할 내면의 길, 자신을 우주원리에 합일시키는 과정의 이야기임을 예증하고자 한다. 최근 교육방송에서 이 책의 내용을 방영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생동적으로 신화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이대 중문과 교수>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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