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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길/안재현 수도권 취재본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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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길/안재현 수도권 취재본부장(메아리)

입력
199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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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차량들이 꽉찬 도심거리에서 그동안 교통문제 해결의 눈길은 찻길에만 쏠렸다. 도로를 넓히고 포장하고 새길을 내는 역사는 늘어나는 차량들과의 전쟁이었다. 반면 사람들이 걷는 길은 뒤처져 왔다. 시원하게 뻗은 차도에 걸맞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요즘 거리에는 보도도 차도와 같이 당당한 도로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변화가 있다.자동차가 주인공인 표지판 일색속에 보행자들을 위한 길잡이가 늘고, 특히 걷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서울의 전통문화거리, 인사동입구에는 속사정을 촘촘히 알리는 큼지막한 「마을 안내도」 입간판이 있고, 지하철역 벽에도 주변지역 안내도가 걸려 있다.

경복궁 동문앞 동십자각에서 삼청동입구까지 경복궁담을 따라 난 양쪽 길은 드물게도 보도가 편도2차선 차도보다 넓어 여유롭고, 동문부근 담밑에는 보행자들을 위한 표지판이 하나 서 있다.

「고궁과 문화·예술의 거리를 걸어서」라는 제목이 붙은 종로구청이 만든 이 입간판에는 산책코스와 코스별 거리·걸리는 시간·걸음수등이 지도와 함께 표시돼 있다. 이화동네거리를 출발, 혜화동네거리와 창경궁앞·원남동네거리를 거쳐 창덕궁까지 2천9백30m, 37분, 4천1백26보 ▲창덕궁―경복궁 동문앞 1천1백m, 14분, 1천5백51보 ▲경복궁 동문앞―청와대 앞길―경복궁역 2천5백40m, 32분, 3천5백77보 ▲경복궁역―사직공원 5백30m, 7분, 7백46보이다.

계산해 보면 총거리는 꼭 1만보, 7.1㎞, 1시간30분 길이다.

가끔 점심시간 경복궁길을 걸으면 차타고 지날 때 무심하게 지나쳤던 길, 옛담, 나무, 사람들과 역사를 새롭게 만난다. 최근 서울시는 나쁜 보행환경이 교통문제발생의 한 원인이라는 자각에 따라 보행체계를 대폭 개선키로 했다.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39군데에 보행자 안내표지판을, 서울역에는 종합안내표지판을 세우기로 했다. 또 올 연말께는 천호대로의 신답네거리―구의네거리 4.5㎞구간에 처음 중앙 버스전용차선이 운영된다.

인도쪽 하위차선 차지였던 버스가 도로중앙 1차선을 달리게 하는 것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우대정책이지만 버스에 오르내릴 사람들이 도로 중앙에 선다는 것은 변화의 시발이다. 자동차에 뺏긴 도로의 주인자리를 사람이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도로에도 녹지공간이 늘어나고 거리에 보행자들을 위한 지도가 촘촘해질 날을 기대한다. 교통문제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길을 만드는 데서 풀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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