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문화의 달. 우리 문화의 수준과 정체성이 과연 오늘의 국력수준에 걸맞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해 볼 때다.광복후 지난 50년 동안 통상적인 국력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경제규모는 세계 11위로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구에 1만달러대로의 진입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는가.
일찍이 백범 김구선생은 독립된 조국이 군사대국이나 경제대국이 되기보다는 문화대국이 되기를 소원했는데 광복 50년을 맞는 오늘날 과연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은 몇가지 통계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상당한 규모인 우리나라의 음반시장에서 외국음반의 시장점유율이 절반 정도인데 이것은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인터넷 상에서 정보의 흐름을 보면 국내로 유입되는 정보에 비해 국외로 나가는 정보는 3%에 불과하다.
정보통신혁명이 이루어낸 시간과 공간의 압축으로 문화의 국경장벽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문화는 그 자체로서도 엄청난 상품이다. 문화체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UIP 등 5개 외국직배영화사는 총1백73억원을 로열티로 송금했다. 84억원을 송금한 UIP의 경우 영화 편당 송금액이 약 7억6천만원(1백만달러)이었다. 제조품 수출로 이만한 이득을 내려면 엄청난 양을 수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에서 유입된 문화는 우리의 기호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빈대떡보다는 피자를, 굿거리보다는 레게를 더 선호하는 이상, 그 원료와 제조기술, 상표권 등의 수입은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막을 수가 없다.
문화의 형성력 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그 어떤 힘보다도 무서운 힘이다. 앞으로 국가의 위상은 군사력이니 경제력 못지않게 문화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는 너무나 문화를 등한히 했다. 지금도 정부는 뉴미디어의 기술에는 치중하지만 그것이 담을 내용인 문화는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무리 좋은 그릇을 만들어도 그것에 담을 내용이 없으면 어림없다.
우리의 문화창달 없는 정보화는 오히려 외국문화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통로의 구실을 할 우려가 없지 않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문화의 쌍방통행의 통로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이 흥미를 가질 새로운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위한 연구의 지원도 필요하다. 그리고 창의성이 살아날 수 있는 교육제도의 확립 또한 시급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