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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정 「게임의 법칙」/조재용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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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정 「게임의 법칙」/조재용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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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J 심슨이 무죄평결을 받은 3일(현지시간) 이를 종일 생방송하던 CNN의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가 한 법률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재판을 승리로 이끈 심슨 변호인들은 심슨이 정말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겠는가』 질문을 받은 법률가는 평소 심슨 변호인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이었다. 이 법률가는 변호인 가운데 특정인을 지칭하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승소하기 위해 일했다고 말하더라』평결이 끝난 몇시간 뒤 방송들은 일제히 심슨변호인단을 이끈 흑인 변호사 자니 코크란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 그는 이번 재판의 가장 빛나는 승자다. 고약한 질문들이 잇달았지만 그의 답변은 당당하기만 했다. 그리고 방송사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코크란이 출연한다는 예고방송을 잇달아 내고 있었다. 미국사회는 또 한사람의 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코크란은 이번 재판으로 13번 연속 승소의 기록을 갖게 됐다. 그는 사건마다 미묘한 대목, 예컨대 인종문제 등을 귀신같이 파고드는 솜씨가 있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이번 재판에 인종카드를 썼던 변호전략은 코크란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난한 흑인은 코크란같이 비싼 일류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임할 수가 없다. 미국식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나 할까.

이번 재판은 왜 미국이 변호사 천국으로 불리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TV를 함께 시청하던 한 백인 미국기자가 혼잣말을 했다. 『이게 바로 미국식 정의야』 옆사람이 심슨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적했다. 『7백만달러가 있어야 돼』 변호사의 일은 승소하는 것이고 이는 진실과는 얼마든지 별개일 수 있다는데 대해 아무도 문제시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직업윤리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은 『변호사가 등장하는 법정에서는 누가 더 영리한가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실의 법칙보다는 게임의 법칙이 통하는 게 미국사법제도라는 자가진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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