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경제적 피해의식 팽배/심리·정서적 이질감 오히려 증폭독일은 하나이나 독일인들은 여전히 둘이다. 통일 독일인들은 「오시(OSSIS)」와 「베시(WESSIS)」로 나뉘어 있다. 구서독 주민들은 구동독 주민들을 오시라고 지칭하며, 구동독인들은 구서독인들에게 베시하며 손가락질 한다.
구서독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불평을 들어보자.『우리가 언제까지 오시들을 먹여살려야 하는거야. 세금은 자꾸 올라가고 월급봉투는 갈수록 얇아지잖아. 아마 오시들이 살 물건이 동이 날때까지 우리가 돈을 뜯겨야 할거야…』
그런가하면 구동독인들은 이렇게 푸념한다. 『베시들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사실 실속은 다 챙기잖아. 우리가 일하던 회사들이 허울좋은 민영화때문에 베시들 손에 다 넘어갔고, 베시 기업들은 우리가 물건 사주어서 떼돈벌고 있잖아. 그런데도 베시들 목에 힘은 얼마나 주고 다니는지…』
지난 5년간 법과 제도, 통화등 외형적 통합은 거의 모양세를 갖췄지만 민족 내부간의 심리적·정서적 갈등은 오히려 증폭된 것이 통일독일의 현주소다.
독일의 한 언론인은 『목욕탕을 낯선 외국인과 같이 쓸 때의 껄끄러운 기분이 구동서독인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갈등구조는 통일후 경제적 측면에서 각자가 느끼는 피해의식때문에 비롯됐다.
구서독 주민들은 지난 5년간 상당한 경제적 손해를 본 것이 사실이다. 90년 화폐통합이 구동서독 돈의 1대 1 맞교환방식으로 결정됨으로써 구서독주민들은 상대적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이어 소득세에 7.5%를 더 얹는 「연대세」가 91년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올해 다시 부활됐고 부가가치세 유류세 재산세 각종 사회보장세의 숫자가 오르는 세금벼락을 맞고있다. 구서독인들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구동독지원을 언제까지 해야하느냐는 불만과 회의에 차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한편 구동독주민들은 그들대로 불만에 차있다. 통일후 구동독기업들의 해체 또는 민영화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구동독인들이 3백75만명에 달한다. 직업훈련자 조기은퇴예비자까지 합치면 실제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14%의 거의 두배 가까운 25%를 넘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대의 피해자는 40∼50대 장년층과 여성들이다. 이들은 통일후 산업구조 개편과정에서 1순위로 직장에서 떨려나간후 연금을 받으며 임시직을 전전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독일연방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최근 『구동독지역에 보조금 의존 근성이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구서독인들은 이를 후련한 지적으로, 구동독인들은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구동독인들은 또한 구서독식으로 모두 바뀌어버린 새 제도 및 가치관에 대한 혼란으로 방향상실감에 빠져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지가 통일 5주년을 맞아 발표한 의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통일초기에는 구동독인들의 77%가 시장경제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으나 지금은 34%뿐만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가슴속의 베를린 장벽은 건재한 것이다.<베를린=송태권 특파원>베를린=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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