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차별이 어느 나라보다 덜하다는 미국이지만 그나마 지금의 여성 지위라는 것이 모성을 포기한 대가라는 사실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하버드대의 경제학자인 클라우디아 골딘교수의 최근 연구결과는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경력쌓기와 자녀갖기(혹은 키우기)가 참으로 함께 취하기 어려운 과제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골딘 교수는 아이를 가진 중년의 대졸 미국직장여성 6명중 1명만이 자기 직업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성공의 의미가 뭐그리 대단한 것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대졸 남성이 받는 임금을 기준으로 하위 25%보다 더 나은 수입을 올리는 것이 그가 설정한 여성의 성공기준이다. 성을 바꾸어 표현한다면 대졸 남성의 75%는 「성공」을 이룬 셈이다. 기·미혼을 불문하고 여성전체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33%가 성공의 반열에 든다. 그러나 같은 잣대를 자녀가 있는 직장여성에 대면 그 수치는 절반남짓한 17%로 뚝 떨어진다.
지난 1세기의 직장여성사를 살펴봐도 직장과 가정의 불협화가 한눈에 잡힌다. 1900년대 첫 10년간은 여성들이 제대로 대학을 들어가기 시작한 최초의 시기로 이 기간 여성전체의 평균임신율이 80%였음에도 대졸 여성의 50%는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여성직업의 60%를 차지했던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기혼여성을 아예 채용하지 않았으며 이미 채용된 여교사가 결혼을 하게 되면 자동해고했다. 이같은 가혹한 성차별은 2차대전중에 대부분 없어지긴 했으나 종전후에도 대졸여성들은 직장에서의 성취보다는 결혼시장에서의 상품가치에 더 매달려야 했다. 종전이후 태어나 현재 중장년이 된 베이비부머들이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기회의 균등은 실현됐을지 모르나 결과의 균등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른바 출세사다리에서 떨려나지 않기 위해선 모성을 버리고 남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사회의 끔찍한 몰성화 현상은 성차별이 그 큰 원인이기도 했던 것이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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