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마을활보·사슴 삼림 황폐화시켜 “고민”/“일정선 사살” “안된다” 논쟁속 소탕전 잇달아희귀종 나무의 아랫둥지 껍질을 사슴들이 깨끗이 벗겨 먹어 천혜의 삼림이 고사목 숲으로 변한다. 밤이면 반달곰들이 마을을 어슬렁거리고 원숭이들이 떼로 몰려와 농작물을 훑어 버린다.
처음에는 먹이를 제공하고 나무밑둥을 플라스틱으로 가리고 논밭에 전기울타리를 치면서 야생동물의 자제를 기대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논란속에 포획, 사살이라는 수단까지 거리낌없이 행해지게 됐다.
멀지도 않은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찌보면 신기한 장면이다. 희귀야생동물의 번식 보호에 엄청난 돈을 퍼붓는 한편, 번성을 구가하는 야생동물이 사살되고 있는 현실은 자연보호에 대한 인간 잣대의 딜레마를 일깨우기에 족하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야생동물은 일본사슴이다. 한국에서는 사슴농가나 동물원에서나 볼수 있는 「꽃사슴」이지만 일본에서는 산에 널린「개사슴」격이다.
특히 집단서식지로 유명한 도치기현의 닛코(일광)시 야이타(시판)시 아시오초(족미정) 일대의 산지에서는 사슴에 의한 삼림피해가 잇달아 올해에도 대량사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난해 겨울의 집단구제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4천∼5천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표본조사에 의하면 암사슴의 90%이상이 새끼를 밴 상태여서 지속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마른풀을 공수해 숲에 뿌리고 심산의 희귀목에 사슴이 닿지 않도록 높이 2정도의 플라스틱 테두리를 두르는 등 우호적인 조치가 행해졌다. 그러나 피해지역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로주변으로까지 확대됐을 뿐이었다. 인위적으로 사슴의 수를 줄여 피해를 제한하자는 주장이 대두됐고 이는 전국적인 논쟁을 야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현되고 있는 논쟁에서는 나무보다는 동물에 대한 친근감이 두드러지는 정서상 사살반대론이 우위에 서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등 민간단체는 『사슴이 나무껍질을 벗겨먹는 상황은 자연적인 상황』이라며 『피해가 밀집하는 것은 도로등의 건설로 사슴의 자연적인 이동로가 차단된 결과이므로 인간의 책임』이라고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사슴 집단서식지가 공교롭게도 희귀목 보호지역과 겹치는 불운 탓인지 닛코일대의 사슴들은 지난해 겨울 수렵권장과 계획구제등을 통해 1천7백마리가 사살되는 수난을 겪었다. 올 겨울에도 이 일대의 삼림에는 또한차례의 사슴소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도치기현 삼림당국은 이미 1994∼2002년의 8년간 지난 80년의 개체밀도인 1백㏊당 5마리 수준으로 사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방침을 결정해 놓고 있다.
사슴 다음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일본원숭이 피해다. 혼슈(본주)와 시코쿠(사국) 규슈(구주)등 일본전국에 널리 분포한 야생원숭이들이 산간마을에 들어와 곡식을 「약탈」하고 있고 논밭을 마구 휘젓고 있다. 가나가와(신나천)현의 아쓰기(후목)일대에는 원숭이피해를 막기위해 농민들이 공동출자해 논주위에 전기철조망을 가설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 히로시마(광도) 시마네(도근) 야마구치(산구)현등에 걸쳐있는 니시추고쿠(서중국)산지에서는 반달곰들이 잇달아 사살되고 있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불안을 조성하는가 하면 감나무에 기어올라가 감을 훑어 버리는등 농작물 피해의 속출에 따른 주민들의 자연발생적인 방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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