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독일 통일 5주년을 맞아 살펴 본 구동·서독의 경제·사회지표는 5년동안의 통합작업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음을 보여 준다. 통일전 동독의 열악한 생활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눈부신 성과」란 표현에 동의할 것이다.89년 동독인들이 물밀듯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기 시작했을때, 서방세계는 그들이 동독을 떠나는 이유가 경제적 불만이 아니라 정치적 불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당시 외부에 알려진 동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1만2천불로 동구권 1위였다.
89년 11월 동·서독 국경이 열린후 동독지역을 취재했던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동·서독의 격차에 놀랐다. 한쪽에는 첨단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상품들이 흘러 넘치고, 다른 한쪽에는 극심한 생필품 부족으로 가게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아기 기저귀감으로 쓸 광목을 사기위해 줄을 서있던 한 여성은 『1백% 면은 한달에 한번 나오는데 지난달엔 내앞에서 물건이 떨어져 못 샀다』고 말했다.
동독의 국민소득을 서방수준으로 계산하면 연2천불 정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새로 나왔고, 많은 사람들은 『독일인들이 어쩌다가 저 수준으로 내려 갔을까』라고 한탄했다. 동독인들이 15년을 기다려야 살수 있었던 선망의 국민차 「트래비」는 그 놀랄만한 조잡성때문에 서독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동독의 한 택시 운전사는 자신이 한평생 저축한 3만마르크가 서독인들의 몇달치 월급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통일은 동독인들의 생활을 빠르게 향상시켰다. 5년전 서독의 41.5%에 불과했던 동독인들의 평균소득은 76%로 올라 갔고, 컬러TV 보급률 99%, 자동차 67%(서독인은 75%), VCR 48% (65%), 전화 34%(51%)로 서독인의 생활수준을 뒤쫓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동독인의 74%가 통일후 생활이 윤택해졌다고 말했고, 71%는 건강이 나아졌다고 대답했다. 유럽의 경기침체속에 동독지역의 성장률은 작년에 9%를 기록했고, 통일 20년이 되는 2010년에는 두지역의 경제수준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독의 40년과 서독의 40년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란 질문의 정답은 『40년』이라는 농담이 통일직전 동독에서 유행했었다. 그러나 그 40년의 격차는 빠르게 회복됐다. 통일독일의 성공적인 진행은 통일후 동독지역에 쏟아 부은 1조억마르크(5백조원)라는 막대한 돈, 서독인들의 인내와 양보에 힘입은 바 크다. 독일의 성공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만, 동시에 어깨를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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