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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만의 평결/유례없는 “초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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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만의 평결/유례없는 “초고속”

입력
199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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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성 의미싸고 유·무죄 추측난무/배심원 표정·재판정 정황에도 촉각「4시간만의 평결―유죄냐, 무죄냐」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심슨재판의 배심원 평결은 누구도 예측못한 초고속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는 살인사건에 대한 평결로는 미국 사법사상 전례가 없는 「전격평결」로 꼽히고 있다.

평결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이루어지자 미국전역은 평결의 내용을 평결속도에 맞춰 분석하는 또 한차례의 논란이 벌어졌다. 유죄이기 때문에 삽시간에 평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견해와 무죄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견해들이 대단원을 내린 재판의 전야를 어지럽혔다.

빠른 평결이 유죄를 의미한다는 이론은 재판정주변의 정황들로 인해 큰 설득력을 얻었다. 가령 배심원들이 평결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법정에 알리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피고석의 심슨을 쳐다보지 않았다든가, 법정정리가 퇴정하는 심슨의 어깨를 쓰다듬던 손길에 동정심이 깃들인 것으로 관찰됐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배심원들의 행동패턴이나 심리에 밝은 전문가들은 대개의 경우 유죄평결을 내린 배심원들은 피고인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무죄석방을 결정했을때는 사람에 따라 피고인에게 가벼운 눈웃음을 주거나 피고석으로 시선을 향하는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유죄론자들은 무엇보다도 배심원들이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기록이 검찰측 증인인 앨런 파크의 증언기록이었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파크는 사건당일 밤 시카고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려던 심슨이 집앞으로 오도록 한 리무진 택시운전사로 심슨의 알리바이에 결정타를 가한 증인이다.

또 한가지는 배심원들의 구성상 빠른 평결은 유죄일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 인종적 요소가 크게 부각되면서 배심원구성으로 볼 때 평결불일치(HUNG JURY)로 심슨이 석방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종문제가 만일 평결심리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백인 배심원들의 이의가 계속됐다면 빠른 평결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라는게 유죄론쪽의 분석이었다.

반면 이례적인 평결은 무죄를 의미한다는 주장 역시 마지막까지 나름대로 이론적 근거를 내세웠다. 대부분의 경우 유죄에 이르는 평결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게 사법계주변의 경험칙이며 특히 최고 종신형인 1급살인을 다루는 평결은 이번 경우처럼 고속평결이 있을수 없다는게 이들의 주장이었다.<뉴욕=조재용 특파원>

◎심슨 운명 결정한 배심원 12인/TV도 못본 2백63일 감금 풀려/대부분 고졸이상 중산층… 구체신분 비공개

『여러분은 공정했습니까』 『그렇습니다』

1년 3개월여를 끌어 온 심슨사건 재판의 평결결과가 3일 배심장의 손에서 재판장 이토 판사에게 넘겨지는 순간이었다.

배심원들은 이로써 「세기의 재판」을 위해 지난 1월 11일부터 감수해왔던 총 2백63일간의 「감금생활」에서 해방되게 됐다.

심슨 사건이 주목받은 만큼 배심원단도 선정과 관리에 곡절이 많았다. 유무죄 여부가 그들 손에 달린 만큼 엄정한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3일 배심원으로 선서한 12명중 평결작업까지 참여한 이는 단지 두사람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몇 차례에 걸쳐 10명이 지난 1월 11일부터 같이 「감금생활」에 들어갔던 예비 배심원들로 교체됐다. 심슨을 만난 경험, 동거하는 남자에게 구타당한 경험, 심슨을 치료한 적이 있는 의사에게 치료받은 경험등이 교체이유였다.

배심원 선정에는 과거경력이 완벽하게 검증되어야 할 뿐 아니라 선정된 후에는 철저히 격리된 생활을 해야한다. 그들은 신문구독은 물론 TV시청, 라디오 청취까지도 통제받으며 LA 도심의 한 호텔에서 24시간 경찰감시하에 지냈다. 이들은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엄격히 차단됐다. 성별 인종 나이 직업 정도가 공개됐을 뿐이고 TV화면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당연히 금지됐다.

평결에 참여한 12명의 배심원은 인종별로는 흑인 9명 백인 2명 히스패닉계 1명이다. 성별로는 여성 10명 남자 2명으로 23∼72세의 연령에 대부분 고졸 이상의 학력자로 중산층에 속한다. 배심장은 지난주 사건이 배심원단으로 이관된 직후 12명의 배심원들이 3분만에 선출한 51세의 흑인여성이다. 그는 전문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진 두아이의 어머니로 이혼녀다. 흑인 밀집지역인 사우스 LA에 살고 있으며 직업이 행상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물론 다른 11명의 배심원들과 같이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다.

배심장은 『운동선수로서의 심슨을 알고 있었다. 사건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평결전 『 뉴스에서 들은 모든 것과 거리를 두고 제출된 증거로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배연해 기자>

◎평결발표 생방… 미 전역 긴장·흥분/미 심슨 「세기의 재판」 1년 3개월 막내리다/평결발표 전후 이모저모/인종폭동 우려 법정밖 삼엄경계/예상밖 전격평결에 일 방문 LA시장 급거귀국/심슨,배심원 눈길안주자 긴 한숨

3일 상오10시(한국시간 4일 상오2시) 미 LA 지방형사법원 9층 제103호법정. 재판장 랜스 이토판사는 전날 배심원들로부터 전달받은 노란색 서류봉투를 들고 법정에 들어섰다. 이 봉투속엔 미국의 미식축구스타 OJ 심슨의 운명을 가름할 배심원 평결문이 담겨 있었고 법정의 피고 검사 변호사 방청객 모두의 시선은 당연히 여기에 집중됐다. 이토판사의 지시로 법원서기가 평결문을 읽어나갔다. 그순간 피고석의 심슨은 미소지었고 마샤 클라크 수석검사의 얼굴은 굳어졌다.

같은 시간 법정밖은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는듯한 광경이 연출됐다. 법정 상공에는 2대의 경찰헬기가 굉음을 내며 저공비행하고 있었고 1개 중대규모의 전술경찰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자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었다. 평결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지난 92년과 같은 인종폭동을 재현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법정 안팎의 숨막히는 상황은 CNN등 주요 네트워크를 통해 전미주지역에 생방송돼 미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미국인들이 이처럼 심슨 사건 평결에 흥분한 것은 온갖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1년 3개월여를 끌어온 재판이 마침내 막을 내리기 시작한데다 당초 최소한 1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 4시간만에 평결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 평결불일치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던 일반적 예상을 뒤엎고 순식간에 전원일치로 배심원 합의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평결이 이처럼 빠르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못했다. 일본을 방문중이던 리처드 리오단 LA시장은 5일부터 예정된 한국방문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으며 심슨의 어머니 유닉스 심슨도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느긋하게 있다가 갑작스런 평결소식을 듣고 항공편으로 날아와 법정에서 「최후의 심판」을 지켜봐야 했다.

재판정 입구에서 만난 리처드 그린 형법전문 변호사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배심원들의 빠른 합의』라면서 『이렇게 빨리 평결을 했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호기심때문에 법원근처에 나와봤다는 흑인여성 린다 존슨은 『유죄건 무죄건 너무 빨리 나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어리벙벙한 표정이었다.

이에앞서 2일 상오 9시(한국시간 3일 상오 1시) 103호 법정에 합의를 도출한 배심원들이 들어서자 심슨은 희망에 찬 표정으로 배심원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배심원중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않았다. 예상밖의 상황에 유죄평결이라고 생각한듯 한동안 법정 천장을 응시하던 심슨은 긴 한숨을 내쉬며 피고석에 그대로 주저앉았고 이토판사는 이렇게 빨리 평결이 나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윌리 윌리암 LA경찰국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경계령을 발동해 놓았다』고 밝히고 『당분간 법원 주변 사방 1개블록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선 어떤 소요 조짐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시민들이 냉정을 유지할 것을 호소했다.

LA코리아타운을 관장하는 네이트 홀든 시의원은 『시민들이 이성을 갖고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성명을 발표했으며 흑인커뮤니티의 루이스 스미스목사도 『시민들이 정의를 지켜볼 것』이라며 큰 사태가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재판이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 신성해야할 법정이 상품거리로 전락됐다며 앞으로 재판기간에 배심원이나 증인등 관련자들이 출판사업등으로 돈을 버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만장일치로 결정하게 돼있는 배심원 평결제도, 증인의 사생활보장등도 보완·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결이후의 절차/30일내 선고공판후 대법원거쳐 형 확정

심슨에 대해 유죄평결이 내려지면 재판장 랜스 이토 판사는 30일 이내에 선고 공판 일정을 잡는다. 이 선고공판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이 증언을 할 수 있고 심슨의 변호인들은 재판부의 「선처」를 요구할 수 있다. 심슨의 경우 살인이 2건이므로 이토판사는 2건에 대한 형기를 동시에 진행시킬 것인지 아니면 각각 진행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심슨사건의 경우도 다른 모든 살인 사건의 경우처럼 캘리포니아 주 법에 따라 최고재판소인 주대법원에 자동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심슨이 승소하려면 판사가 버률적용에 오류를 범했다거나 개인적인 편견에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에서 판정이 범복된 적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급 살인죄는 가석방이 불가능하지만 고의성이 없는 2급살인죄로 가석방이 가능하다 2급살인죄로 15년형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이론상으로는 형량을 7년까지 줄일수는 있다. 그러나 심슨의 경우는 2가지 항목의 실인죄인데다 행형성적등 여러가지 변수가 고려되어야 하기때문에 가석방을 통한 형기단축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조재우 기자>

◎심슨재판 관련기록

▲재판비용=검찰측 9백만달러, 피고측 9백만달러이상

▲증언록=약 5만쪽

▲증인소환=검찰측 72명, 변호인측 54명

▲제출된 증거=검찰측 7백23건, 변호인측 3백92건

▲증거심리 소요일=검찰측 99일, 변호인측 34일

▲전속 법률가=검찰측 9명, 피고측 11명

▲취재기자=1천명 이상

▲프레스룸 전화회선=2백50개

▲배심원 선정작업개시에서 평결까지 소요일=3백70일

▲배심원 격리일수=2백63일

▲격리중 배심원 보상=하루 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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