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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되는 것 이면 모두 내다 판다/영,국유재산 매각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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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되는 것 이면 모두 내다 판다/영,국유재산 매각 러시

입력
199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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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 건물·왕실요트서 해군대학까지 매물로/“납세자부담 경감” 이점 불구 국민 자존심에 상처「돈이 되는 것이면 모두 내다 판다」 요즘 영국정부의 국가재산 매각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영국정부는 영국의 정보기관인 MI-5 본부건물의 매각방침을 밝혔다. 또 초호화 왕실 요트인 브리타니아호와 유서깊은 그리니치의 왕립 해군대학도 매물 리스트에 올랐다.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에서 역사와 전통이 서려있는 국유재산들이 매물로 쏟아지자 자유방임적 자본주의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망령이 되살아 났다거나, 런던근교 하이게이트묘지에 묻혀있는 카를 마르크스가 편한 잠을 잘 수 있게 됐다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다.

국유재산의 매각러시는 80년대 마거릿 대처총리때부터 시작됐다. 당시영국은 국영 전화회사및 항공사등 거대기업들을 대거 민영화했다. 이번에 내놓은 물건중에 MI-5 본부건물은 독특한 매물이다. 런던의 커전가 1번지에 위치한 6층짜리 이 건물은 72년부터 본부건물로 사용돼 왔다. 두꺼운 철제문과 창문없는 1층등 비밀스런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밖에서 보면 보통 건물로 위장돼 있었다. MI-5가 이사했기 때문에 팔리게 된 이 건물은 팔리더라도 헐릴 운명. 1에이커에 이르는 부지값만 8천만달러(한화 약6백40억원)정도.

브리타니아호는 지난 53년 엘리자베스여왕에 의해 명명됐다. 연간 운영비만 1천8백50만달러가 소요되는 초호화요트로 한번 움직이는데 2백30명의 선원과 20명의 장교를 필요로 한다. 매물로 내놓게 된 것은 운용비과다와 선체노후 때문인데 경매예정가는 최고 2억달러. 영국왕실에서 맘만 먹으면 해상박물관이나 회의장으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전에 미국으로 팔려가 푸대접을 받고있는 런던 브리지호나 퀸 메리호의 전철은 밟게하지 않는다는 것.

왕립해군대학은 브리타니아호나 MI-5건물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이다. 대학으로 개조되기 전 왕실의 궁이었던 이 건물에서 헨리8세와 엘리자베스1세가 태어났고 세계일주를 한 프랜시스 드레이크경이 이곳에서 작위를 받았다.

찰스 2세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해군대학에 자극받아 이 건물을 해군대학으로 쓰게 했으며 그 뒤 한때 해군병원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건물의 소유자인 국방부는 연간 60만달러정도에 건물을 임대한다는 방침이다.

여하튼 이같은 국가재산의 매각 또는 대여는 납세자들의 부담을 더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하는 영국인들은 매각소식에 입맛이 떨떠름하다.

이러다가 웨스트민스터사원이나 다우닝가 10번지마저 내놓는게 아니냐는 농담속에 영국인들의 착잡한 심사가 짙게 배어있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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