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아트뮤지엄」,전시공간에 투영/국적·유명세 등 불문 신인발굴 주력/한국화가 등 아시아권 작가 소개 앞장미국 미술계의 최중심지는 누가 뭐래도 맨해튼 소호(SOHO)다. 경제사정이 옛날같지 않아 전처럼 들썩이는 휘황함은 없어도 소호는 소호다. 그런 소호도 세월의 변화와 함께 화랑가를 둘러싼 자리의 부침은 있었다. 이전에는 소호중에서도 웨스트 브로드웨이와 프린스가 일대가 노른자위로 꼽혔으나 지금은 브룸가와 그랜드가 지역이 가장 알짜배기다.
이정옥(39)씨가 브룸가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 API(ART PROJECTS INTERNATIONAL)는 이 일대 화랑중에서도 이색적인 곳으로 이름나 있다. 무엇보다 API는 갤러리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순히 그림을 전시해 팔고 사는 장소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추구하는 전시공간의 개념은 그림과 작가, 비평가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대화를 나누는 장소다.
70평 크기의 널찍한 전시장에는 한번에 많아야 15점 안팎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품의 수도 수지만 각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은 「꼭 있어야 될 곳에 딱 필요한 만큼의 크기」로 존재한다. 영국 엡솜 예술학교를 나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를 거친 그는 뉴욕대(NYU)박사과정에서 미국 아트 뮤지엄의 공간발달사를 공부하고 있다. API는 말하자면 그의 전공이 현실로 투영된 구체적 결과물이다.
API는 또 대부분의 화랑이 주로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는 데 비해 기성작가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을 발굴해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도 미국에만 한정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93년 가을에 개관한 후 지금까지 10차례 30명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나라별로 따지면 10개국을 포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미국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재불화가인 김인형 김정향 김영길씨등이 소개됐다. 작가뿐 아니라 관객과 애호가들도 여러나라에서 온다. 독일 도르트문트 뮤지엄의 큐레이터는 그가 지난해 그룹전을 통해 소개한 무명의 미국화가의 작품을 사들인 데 이어 올 여름에는 초대 개인전을 열어주기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살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홍콩과 영국등지에서 살았던 그는 그동안 접한 다양한 문화들이 지금하고 있는 일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 미술계도 이전과 달리 유럽 편향에서 점차 벗어나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작가들에게 더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자신의 역할 폭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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