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식물의 「배설행위」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몸속에 흡수한 것중 불필요한 것이나 노폐물은 잎에 저장해 둔다. 이를 버릴 때가 되면 단풍이란 과정을 거친 후 이를 낙엽이란 방법으로 몸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동물들의 배설물처럼 식물의 배설물이라고 할 낙엽도 식물의 뿌리 주위에 쌓였다가 썩어 퇴비역할을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같은 배설행위를 단풍나무처럼 가을에 집중적으로 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일년내 계속하는 나무도 있다. 바로 상록수다. 조금씩 순차적으로 행위를 반복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나뭇잎이 여러 색깔로 변하는 것은 전분을 만들던 나뭇잎의 엽록소가 햇빛을 받는 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분해되면서 안토시안등의 색소를 합성하기 때문이다. 가을에 이를 하는 식물은 산을 불태우듯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일년중 이를 계속하는 상록수는 마음을 언제나 풍요롭고 푸근하게 해준다. ◆단풍철이 시작됐다. 2일자 한국일보 1면에는 북한산도 물들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컬러사진이 실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설악산의 단풍은 담백하고 정상에서 차츰 산기슭으로 내려오는 것이 눈에 보이듯 명확하다. 이에 비해 내장산 단풍은 일시에 산이 불타오르듯 현란하다. ◆단풍나들이 만큼 들뜨게 하는 것도 드물다. 인간은 묘하게도 전분을 계속 합성하는 상록수엔 취하지 않아도 전분합성이 거의 끝난 색색의 단풍엔 취하고 자칫 자아를 잊는다. 색깔의 마력이라고 할 것이다. 설악산 단풍은 8일이 절정이고 내장산은 20일께가 가장 볼거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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