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홍보·뒷얘기 전달 그쳐/다양한 분석 시청안목 높혀줘야방송은 신문의 중요한 취재대상이 된 지 오래다. 어느 신문을 막론하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다루는 지면이 매일 최소한 1∼2면씩 고정돼 있다. 여기에 뉴미디어와 문화, 연예기사를 더하면 관련 지면은 3∼4면을 상회한다.
한국일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일보는 9월 26일 3면에 걸쳐 방송관계기사를 다뤘다. 가상현실 드라마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는 기사를 필두로 SBS의 대중가요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안내, KBS의 명성황후 드라마 소개 등이 주요기사로 지면을 장식했다. 28일에는 여성을 주제로 한 드라마 2편을 중심기사로 다루었다. 또 단군에 관한 토크쇼, SBS의 새 앵커 선정기사, 한국전쟁때 주민 1천여명을 좌익으로 몰아 생매장시켰다는 얘기를 추적한 MBC의 PD수첩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기사 등을 방송란 앞부분에 실었다.
문화 연예 영화 뉴미디어에 방송관련 지면을 보태면 대부분의 경우 정치와 경제를 합한 지면보다 기사의 양이 많아진다.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해 독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고, 우리 문화도 바야흐로 다원적 질서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남는다. 하나는 방송관련 기사의 깊이와 보도 시각이다. 앞서 열거한 기사들을 일견하면 거의 예외없이 방송 프로그램의 홍보적 안내와 방송가의 흥미있는 일들을 평면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기사라기 보다 방송프로그램의 광고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이 기사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높게 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신문은 방송내용의 광고자이기 보다 비평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독자들의 프로그램 시청 안목을 높여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산업에서부터 제작, 기술, 배우들의 활동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문화비평가적 관점에서 기사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현대처럼 대중문화의 위력이 드세지는 환경에서는 통찰력있는 신문기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같은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좋은 예가 29일자 신문들에 실린 새 방송법안에 관한 기사들이다. 각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대부분 차별성없이 정부가 제출한 방송법안을 아무 검토없이 그대로 요약해 전달했다. 이 법안이 갖는 국민적 중요성을 생각하면 기사가 너무 소홀하게 다루어졌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신문에 관한 기사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 신문들은 방송은 지나치리 만큼 다루면서 신문산업과 신문언론의 문제는 손을 대는 법이 없다. 선진 외국에서는 이 문제들을 미디어란으로 묶어서 함께 다루는 것이 보편화해 있다. 국민이 방송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독자의 소리가 신문사에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이같은 현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단지 신문 상호간 취재와 기사쓰기가 관행상 금기시 돼 왔을 뿐이다.
신문의 기본 정신은 건강한 비판이다. 서로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열려있는 취재환경과 지면이 신문들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이 지면이 일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밖으로만 향해있는 비판적 시각이 보다 넓게 스스로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시대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신방과 교수>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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