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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문제의 공론화/이성춘(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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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문제의 공론화/이성춘(일요시론)

입력
1995.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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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주주의의 주요 강점의 하나는 정치지도자를 국민이 선택하고 국민이 육성한다는 점이다. 차기 대통령후보만 해도 뜻이 있다면 언제나 누구든지 나서서 국민적인 심사속에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미국의 대권 후보경쟁은 철저하게 자발적, 공개적이고 자유스러운 너도나도 식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엄격한 조건이 있다. 일정한 경력과 자격을 갖춰야 하고 국가를 쇄신·발전시키려는 철학―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책의 타당성과 자신의 능력, 도덕성에 관해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같은 대통령중심제이면서 우리나라 집권당의 대권후계자 고르기는 지극히 폐쇄적이고 통제적이다. 당헌당규에는 버젓이 민주적인 선발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장식에 불과하다. 헌정 47년동안 전통야당은 후보를 자유경쟁속에 대의원들이 뽑는 빛나는 관례를 지닌 반면 역대 집권당사상 경선으로 후보가 된 것은 1992년 5월 김영삼대통령이 처음이다.

사실 역대집권자들은 한결같이 「후계자」니 「2인자」, 「부총재」란 말을 싫어했다. 5·16후 부통령제를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계자를 일찍 공인할 경우 권력의 분산으로 통치권에 누수현상이 생길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재임중 후계자를 정하지 못했으나 모든 통치권자들은 결정권을 신성불가침의 보도로 여겼다.

6·27선거이후 국민은 누가 집권당의 대권후보가 될 것인가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김대통령은 임기가 2년5개월이 남은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거론자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몇몇 경쟁자들은 「개발세력의 신주체론」 「경기·중부권출신의 대역론」 「새정치주류론」등으로 맞서고 있고 국민의 관심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차 누가 여권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내년4월의 15대 총선결과가 후보선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즉 압승, 신승, 패배에 따라 후계대상이 달라질 것이다.

대체로 몇가지 선정방향을 예상할수 있다. 첫째 당내에서 고르는 방법이다. 중진인 김윤환 이한동 최형우 의원등의 각축이 예상되나 이 경우 총선서의 압승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또한 압승이나 신승때 40대후반∼50대초의 경륜있는 소장파를 파격적으로 기용, 정면돌파의 승부를 거는 방법도 가능하다. 둘째 당외로부터 영입안으로 신승 또는 패배때 거국적, 국민적 후보를 내세운다는 명분으로 지역성이 없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원로를 추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당선후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과연 어느정도 계승할 것인가의 보장여부가 열쇠가 된다.

셋째 총선결과가 부진할때 정계재편을 통해 거여를 추진하는 것이다. 자민련, 민주당내 김대통령과의 구연세력, 신진 젊은 세력등이 통합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나 정책의 컬러조정과 함께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는가는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끝으로 개헌을 통한 방안이다. 김대통령은 누차에 걸쳐 「재임중 개헌불가」를 천명했지만 가능성은 늘 잠재해 있다. 물론 개헌내용은 내각제가 초점이 되겠으나 개헌하면 늘 장기집권의 의구심을 갖게 되는 국민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아무튼 후계문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될 게 틀림없다. 따라서 여당은 총선 대책도 중요하지만 대선후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후보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앞당겨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시간을 두고 국민이 심사하게 함으로써 신뢰와 지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국가경영에 관한 정책을 갖고 나서게 하여 각계로부터 정책의 타당성에 관한 검증을 받게 하는등 자유경쟁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금기시하여 희망자들이 눈치를 보며 뜻을 조금씩 비추는 것은 오히려 오해와 부작용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공정한 자유경선을 위한 절차등을 연구, 사회의 명망있는 중립적인 인사들로 선거위원회를 구성하여 선거를 관리케 하고 후보들의 당내외서의 정책토론과 당안의 정견발표를 허용하는 등의 선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차기후보를 어느날 느닷없이 내세워, 혜성처럼 등장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이 심사해서 고르게 하는 것만이 당선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공개적인 경쟁과 심사야말로 당의 세계화, 정치의 세계화인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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