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에서도 많이 읽혔던 일본의 기업소설 「불모지대」의 주인공 모델은 관동군 참모출신이면서 이토주(이등충)상사의 중역으로 정·재계를 누빈 세지마 류조(뇌도룡삼)다. 요즘 그의 회고록 「이쿠산카」(기산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세지마가 지난 30여년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세 대통령에게 국가경영에 관해 조언하고 한일간에 파고가 일때마다 밀사로서 조정을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대통령의 종합상사제도실시, 전대통령의 서울올림픽, 노대통령의 대전엑스포개최는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였다는 주장이다. ◆그에 의하면 전대통령이 86년 가을 당시 일왕자(현국왕) 내외의 방한을 초청했으나 왕자비의 병로 무산됐다는 것. 한국침략원흉의 아들 내외를 국민감정을 무시한채 멋대로 초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90년 5월 노대통령의 방일때, 앞서 일국왕이 과거 침략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만큼 사과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이 나서 해괴한 「통석의 염」으로 낙착지었다는데는 어이가 없다. ◆세지마의 회고록대로라면 자신이 세 대통령을 멋대로 조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대통령은 국가운영에 관해 누구로부터도 자문을 들을 수 있지만 그를 국사처럼 여기며 선뜻선뜻 충고를 받았다면 아연할 뿐이다. 세지마의 정체와 전력을 모르고 충고를 들었을리 만무하다. ◆그는 관동군참모로서 소위 대화혼에 투철한 군국주의적 책략가이며 극우파 아닌가. 종전후 전범으로 소련서 복역했지만 지금까지 침략과 약탈의 식민통치, 대동아전쟁,그리고 전쟁위안부등에 대해 한번도 사죄·반성은 커녕 정당화를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세 대통령이 그런 침략주의자의 말에 따라 나라를 통치 했다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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