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관련없는 수사는 권한 남용”/개인 정보수집 구체적 조건 제시보안사의 민간인 정치사찰에 대한 불법여부를 둘러싸고 5년여동안 계속돼온 법정다툼이 29일 보안사측의 패소로 일단락됐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 국내 정보수사기관이 개인의 사상이나 신조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들에 대해서까지 「국가안보」의 명목으로 수집해 온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안사는 「구국군보안부대령」「구군사보안법」등 자체 직무범위에 관한 법령등을 근거로 국외및 국내보안정보, 통신정보등 국가정보자료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민간인에 대한 자료수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재판에서도 보안사의 후신인 기무사측은 줄기차게 『군방첩사건 수사와 군방산업체 보호등을 위해서는 민간인의 신상자료등 정보수집이 필요하며 사찰 대상자 대부분은 유명인사나 공적인물들로서 사생활의 비밀및 자유가 제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보안사는 군사보안이나 군방첩등 군과 관련있는 첩보수집및 처리, 군사법원 관할범죄사건만 수사할 수 있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재판부는 『이에따라 보안사가 군과 관련없는 민간인 신분의 정치인 법조인 교수 종교인 언론인 재야인사등을 미행, 망원, 탐문채취등의 방법으로 극비리에 사찰해온 것은 직무범위를 일탈한 행위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및 행복추구권을 명백히 침해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사상이나 신조등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은 원천적으로 금지하되 필요한 경우 본인으로부터 직접 수집하고 원칙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당사자가 이를 열람하고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개인정보수집행위의 구체적 조건및 한계를 제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사찰방법의 위법성등에 따라 배상범위를 차등적용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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