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만여점 출토에 전문 요원 80명뿐/90% 가량 손못써… 장비도 기초 수준문화재 발굴수요가 격증하고 있으나 전문인력이 크게 모자란다. 지자제 출범과 더불어 지방마다 개발붐이 일어나면서 발굴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하다. 문화재관리국의 국감제출자료에 의하면 8월말 현재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보존처리할 수 있는 전문요원은 문화재연구소와 각급 박물관등 전국적으로 80여명, 보존과학인력은 문화재 수리기술자 3백93명중 4명에 불과하다. 연간 예정된 발굴만 1백여건, 출토유물이 2만여점이나 되는 실정에 비추어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다.
80여명이 처리할 수 있는 유물은 최대 2천점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공사도중 예기치 않게 유물·유구등이 발견돼 실시하는 구제발굴이 급증, 더욱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발굴조사는 학술발굴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90년이후 학술발굴과 구제발굴의 비율이 4대6 정도로 역전됐다.
문화재 발굴·보존처리 전문인력이 모자라 지표조사및 발굴조사의 80% 이상을 78개 대학박물관이 담당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공사의 지표조사및 시굴사업도 전구간을 네 구역으로 나누어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두 대학박물관에 맡겼다.
인력부족·보존처리 기술미숙으로 인해 66년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 「무구광정대다라니경」(국보 126호)은 공개도 못한채 보관해오다 일본기술진의 힘을 빌려 84년부터 88년까지 5년간 작업한 끝에 보존처리를 마칠 수 있었다. 또 최근 문화재관리국은 이탈리아 문화재 안전진단전문가 조르지오 크로치박사를 초청, 남대문 동대문 석굴암 첨성대등에 대한 안전진단을 의뢰했다.
발굴장비도 대부분 재질분석기와 수리복원기기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나마 있는 것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지난해 12월 매장문화재 발굴전 지표조사를 통해 유구·유물의 존재가능성을 알려주는 「프로톤 마그네토메터」 「세슘베이퍼 마그네토메터」 「비저항탐사기」 「공중촬영기기」등을 미국·캐나다·일본등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공중촬영기기」만 올들어 3차례 사용했을뿐 나머지는 기기조작법이 서툴러 지난 8월에야 겨우 테스트를 마쳤다.
문화재연구소는 92년부터 매년 각 대학박물관의 문화재관리 담당직원을 대상으로 1주일간 보존과학이론·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기간이 짧아 전문지식 습득은 어려운 실정이다. 보존과학 분야의 연구가 19세기 중엽에 시작된 영국의 경우 대영박물관에만 80명의 보존처리 전문요원이 있고 일본도 70년대부터 도쿄(동경)예술대학에 보존학 박사과정을 설치, 전문가양성을 해왔다.
김동현(김동현)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은 『대학에 문화재학과와 보존과학과등을 설치, 체계적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안정되게 일할 수 있도록 처우개선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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