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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검은 갈매기(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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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검은 갈매기(장명수 칼럼)

입력
199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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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와 기름띠로 뒤덮여 신음하고 있는 남·동해의 처참한 모습은 우리를 가위 눌리게 한다. 치우고 치워도 다시 바다위로 하얗게 떠오르는 수백만마리의 폐사한 넙치, 기름을 뒤집어 쓴채 자갈밭에 서서 우는 갈매기, 온몸이 기름범벅이 되어 해안에 밀려온 돌고래 시체….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커먼 바닷물이 우리의 식탁을 덮칠것 같은 공포심이 솟구친다.침몰한 유조선에서 흘러 나온 벙커C유가 시커먼 기름띠를 만들어 유령처럼 바다를 떠돌면서 어장을 망치고, 김·미역·피조개·넙치 양식장을 공격하고, 해안의 흰 모래를 뒤덮고 있다. 조류가 밀려올때마다 내륙으로 달려드는 공포의 기름띠에 어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발만 구르고 있다.

적조까지 번진 남·동해안은 원폭을 맞은 전쟁터 같다. 한없이 걷어내는 넙치의 시체더미를 TV화면으로 보고 있으면 「죽음의 바다」란 말이 실감난다. 살이 통통 찐 넙치들이 죽어서 쓰레기로 치워지는 광경은 눈물겹다. 『내 자식같은 넙치를…』하며 한 어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물에는 금전적인 손실이상의 아픔, 정성들여 키우던 생명을 잃었다는 쓰라림이 배어있다.

개천이 썩고 강이 썩는것도 두려웠으나, 죽어가는 바다를 보는 것처럼 가슴속까지 떨리지는 않았다. 바다도 썩을수 있고 병들어 죽을수 있다는 것을 미련한 우리들은 깨닫지 못했다. 바다가 두렵다면 그것은 인간의 존재를 모래알처럼 작게 하는 바다의 무서운 힘 때문이었다. 인간의 잘못이 쌓여서 바다를 병들게 할수 있다는것을 의식못한채 우리는 계속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도 병들수 있다는것을 의식못한채 계속 어머니를 괴롭히는 불효자식들과 같았다.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 무한한 인내를 믿고 마음껏 심술부리다가 어느날 어머니를 잃고 천애고아가 된 어리석은 불효자식들처럼 우리는 검은 바다앞에서 떨고 있다. 우리의 어머니 바다, 넉넉한 품에 육지를 끌어 안고 사랑으로 일렁이는 바다, 『당신이 병들면 우리도 병들고 당신이 죽으면 우리도 죽을수밖에 없어요』라고 우리는 이제야 고백하고 있다.

바다를 뒤덮은 넙치 시체들, 기름을 뒤집어 쓴 갈매기와 돌고래, 그들은 죽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우리의 일부이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죽어가는 바다, 죽어가는 지구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옆에 있다. 기름띠도 적조현상도 인간이 부른 재앙이라면, 역으로 우리가 바다를 되살리고 지킬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수 있다. 어머니도 힘에 겨우면 쓰러진다고 병든 바다는 말하고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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