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마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80년대 중반쯤이 아니었나 기억된다. 당시 일력이라는 스님이 텔레비전에 몇번 출연하여, 소쩍새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일력이라는 스님은 거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가 밝혀지면서 세인들의 이목과 관심이 모아졌다. 그 무렵 장애인이라고 해서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친척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사회로부터도 냉대를 받는 사람들을 아들과 딸처럼 끌어안고 사는 일력스님을 그야말로 보살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었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소쩍새마을의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매월 일정액을 보내는 회원이 되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이 세상은 북풍한설의 얼음판만은 아니구나, 하면서 마음속으로 흐뭇해 했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얼마전 모 방송사에 의해 일력스님의 부도덕한 면이 폭로되고 그의 신분까지 가짜 승려로 드러나 여간 놀라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성금을 성금의 목적에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렇다.
그것은 장애인들을 상품처럼 전시해놓고 장사를 한 행위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말이 막혀 버리게 하는 사례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일력의 가면이 벗겨진 뒤 그쪽의 요청으로 소쩍새마을을 중앙승가대학에서 인수했으나 후원자들의 성금이 뚝 끊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일력이라는 사람이 어찌 되었건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성금을 필요로 하는 1백37명의 장애인들은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일력의 개인적인 소행에 잘못이 있다고 해서 소쩍새마을을 외면한다는 것은 죄없는 장애인들에게까지 돌을 던지는 것이 되어 매우 안타깝다. 이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저 선이란 악을 보고 더욱 행해야 하는 것이거늘 오히려 악을 보고 선을 포기해버리다니! 여기서 나는 누군가를 향해 묻고 싶다. 처음 후원자로 나섰던 마음이 일력의 악덕을 안 뒤에 성금을 보내지 않는 변심과, 시작은 좋은 뜻으로 했지만 차차 돈에 욕심이 생겨 후에 엉뚱한 생각을 한 일력의 변심과는 과연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비정한 인심을 봤기 때문일까. 어디선가 자꾸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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