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보복칼날」 피하기 고육지책/한·미 자동차협상 타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보복칼날」 피하기 고육지책/한·미 자동차협상 타결

입력
1995.09.29 00:00
0 0

◎미 노골적간섭 조세주권 상처/점유비 설정등 추가압력 여지/정부,미 고압적 문구에 한때 “결렬불사” 강경지난 19일부터 시작된 한미자동차협상이 진통끝에 28일(현지시간) 타결됨으로써 우리나라는 미국의 슈퍼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지정과 세계무역기구(WTO)제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슈퍼301조와 WTO제소라는 두개의 칼로 한국을 협공했고 한국은 『최대수출시장인 미국시장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에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미국의 요구조건을 상당폭 수용하고 말았다. 이번의 협상결과는 무차별적인 무역보복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내년의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탓인지 전례없이 강경한 자세로 한국을 압박했다. 자주국가의 조세주권에 해당되는 세율체계의 조정까지 요구한게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도 이번 협상에서 과연 주권국가로서의 당당함을 보였는지 반성해야 한다. 협상이 타결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이 슈퍼301조에 의한 PFCP지정시한을 하루 연기한 가운데 극적으로 타결된 협상내용을 보면 한국은 명분을, 미국은 실리를 챙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 관련세를 저율의 단일세율로 개편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조세주권원칙을 내세워 지켰고 관세의 8%선 유지도 관철시켰다. 그러나 지방세인 자동차세를 24.4∼41.3% 인하시키기로 합의,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상당폭 들어주는 결과는 낳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결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미국은 자동차세등 내국세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짐으로써 내정간섭을 시도했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일본과 유럽등 상당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자동차세의 누진적용을 한국에 대해서는 폐지하라고 요구한 것은 지나친 강대국 논리라는 지적이다.

양국대표단은 합의문을 작성하고도 최종타결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는 합의문에 나타난 미국측의 고압적인 표현과 내용때문이었다. 27일 협상에서 미국측은 자동차세 인하부분만 받아들이고 누진제 철폐에 대해서는 「노」를 분명히 한 한국측의 안을 받아들이기로 해놓고 정작 만들어온 합의안에는 누진세제 철폐문제를 포함시켰다. 이 조항은 한국측의 항의로 빠졌으나 합의안에는 여전히 고압적인 문구가 발견돼 정부 일각에서 협상결렬을 불사하고 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까지 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협상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대해 추가개방을 더욱 집요하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 연간 1백50만대이상의 자동차가 팔리고 있는데도 외국차의 시장점유율이 고작 0.63%에 불과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개방시대에 시장을 다른 나라들처럼 열어놨다면 한국산의 시장점유율이 99%를 넘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요구는 미일협상때와 같이 수입차의 시장점유비를 일정수준이상으로 유지토록 하라는등 구체적이고 강도높게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협상의 타결은 따라서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정부의 대응태세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개방압력이 이미 지난 93년부터 시작됐는데도 관계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더구나 정부 당국자들은 자동차와 관련한 한미간 통상관계에 큰 마찰이 없다고 호언하기까지 했고 미국이 슈퍼 301조에 의한 PFCP지정방침을 선언한 상황에서도 외무부와 통상산업부는 협상대표를 서로 맡겠다고 주도권 싸움만을 벌였을 정도다. 결국 우리정부는 이번 협상에서도 논리없이 미국에 대응하다가 「한국은 위협하면 물러나는 나라」라는 인식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말았다.<이종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