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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을 벌써 잊었는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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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을 벌써 잊었는가(사설)

입력
199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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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이 무너져 사망자만도 5백명이 넘는 최악의 참변을 겪은 지 석달도 채 안된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 지독했던 참변의 교훈을 잊어가고 있는 징후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참으로 딱하고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서울 자양동에 있는 성동백화점이 안전진단결과 붕괴위험이 있다고 판정돼 관할구청으로부터 「건물폐쇄명령」을 받고서도 대부분 점포에서 영업을 강행했다는 보도에 우리는 삼풍참변을 떠올리며 또다시 전율을 느끼게 된다.

10년전에 건축된 지하 1층,지상 5층에 5백평규모의 이 백화점건물은 부실시공으로 2층과 5층상판 콘크리트보 20여군데에 균열이 생겼다. 4층 바닥에도 균열과 휨현상이 나타났다. 백화점측이 건축사무소에 안전진단을 의뢰한 결과 건물안전등급 최하위인 E급판정이 나와 「건물사용중지후 개보수」 의견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관할 광진구청은 「건물사용중지 및 출입자통제」를 명령했다. 그러나 이 백화점소유주는 『당장 붕괴위험은 없으며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영업을 갑자기 중단할 수 없었다』며 문제가 되지 않은 층에서 영업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백화점건물이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는 것으로 삼풍업주를 빼닮은 배짱상혼이다. 삼풍백화점이 참사 며칠전부터 붕괴징후가 나타났는데도 설마하다 당하고 만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삼풍참변의 쓰라린 교훈을 벌써 까마득히 잊은 듯한 무모한 업주나 업자가 존재하는 한 우리사회는 삼풍의 비극을 얼마나 더 되풀이 해야 할지 알수 없어 더욱 불안해 진다.

관할구청이 안전진단결과에 따라 「사용중지명령」을 내린 것은 당연할 일이었지만 명령만 내리고 만 처사는 지탄받아야 옳다.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는 구청이라면 그 명령이 이행되는지 여부도 감독할 의무가 있다. 만의하나 붕괴참변이 나고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사용중지 명령은 하나마나였을 것이다. 명령을 내리고도 3일 이상을 계속 영업하게 놔두었다는 것은 참변을 예방하는 방법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따지고 본다면 삼풍참변의 교훈을 망각하고 있는 곳이 어디 이 백화점뿐이겠는가. 건축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실공사의 원흉인 하청에 하청을 주는 나쁜 관행이 여전하다. 허가관청의 감독과 감리가 개선됐다는 징후도 없다. 이래가지고서는 시민들이 마음편히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이룩할 수가 없다. 우리 모두가 삼풍의 쓰라린 교훈을 되새기며 안전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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