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여명 등장불구 소재 등 유행모방 급급신인의 작품다운 패기있는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대기업의 투자확대로 신인감독의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그들이 내놓는 작품에서 실험성이나 독창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 대신 구성과 소재, 인물등 세 가지가 비슷한 3S(SIMILAR)현상만 심화되고 있다.
올해 감독으로 데뷔했거나 작품을 준비중인 신인은 줄잡아 20여명. 이 가운데 신인다운 개성과 독창성이 엿보이는 감독은 「개같은 날의 오후」의 이민용, 「유리」의 양윤호, 「은행나무 침대」의 강제규감독 정도이다. 순수 창작 시나리오는 「개 같은…」「은행나무…」 둘 뿐이다.
다른 대부분의 신인감독은 유행에 뒤진 비슷한 작품을 재탕할뿐 모험은 꺼린다. 기존의 흥행작에서 소재나 모티브, 인물을 변형시키거나 외국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따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한국식 로드 무비 「세상 밖으로」가 나오자 분위기를 바꾼 「런 어웨이」(감독 박성수)와 「돈을 갖고 튀어라」(감독 김상진)가 대기업 자본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런 어웨이」는 제작중인 「진짜 사나이」와 비슷해 한 영화사가 한꺼번에 비슷한 두 작품을 제작하는 현상까지 낳고있다. 「총잡이」에서의 소심한 남성과 그를 남자답게 만드는 「총」이라는 도구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감독 구임서)에서 반복된다.
「꼬리치는 남자」(감독 허동우)는 외화 「휴먼 독」과 소재, 내용등이 너무나 흡사하고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감독 홍상수)은 형식과 전개방식이 「펄프 픽션」과 같다.
또한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감독 김동빈), 「닥터 봉」(감독 이광훈)은 「결혼이야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기성감독들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레옹」류의 영화는 4편이나 제작중이다.
우리 영화가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시클로」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베트남 보다 뒤지는 평가를 받기에 이른 것은 독창성과 실험정신의 부족 때문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발전보다는 단기이익만 계산하며 감독의 창작성을 제한하는 대기업의 자본투자를 냉정하게 평가해 봐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영화진흥공사의 융자나 제작 사전지원제도를 전면 개선해서 새로움에 도전하는 신인들에게 돌아가게 해야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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