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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수레무대 「시집가는 날」/이혜경 연극평론가(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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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수레무대 「시집가는 날」/이혜경 연극평론가(연극평)

입력
199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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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젊음의 열정과 고집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장터를 전전하며 타고 다니는 수레 위에 무대를 세워서 대중을 흥겹게 해주던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정신과 공연양식의 참맛을 느껴보고자 떠돌이 연극패를 자처하는 젊은 연극쟁이들이 있다. 지방공연을 마치고 현재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시집가는 날」을 공연하고 있는 극단 수레무대가 그들이다.

 10명의 구성원이 공동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합숙훈련을 통해 작품을 다듬으면서 공동체적 앙상블과 대중과의 교감을 모색하는 작업과정은 제작자 중심으로 한 작품을 위해 헤어지고 모이며 관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일반 극단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또한 비싼 대관료때문에 기성극단도 엄두를 못내는 극장에서의 총연습기간을 정석대로 열흘간이나 강행한 고집도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남다른 작업과정과 양식에 지나치게 힘을 준 탓일까? 이들의 공연은 젊음 특유의 자의식으로 경직되어 있다. 한국의 최고 고전으로 꼽히는 오영진의 희곡은 우리나라 양반의 위선과 결혼풍습의 허위를 꼬집는 풍속희극이다. 

 풍속희극의 핵심은 당대 풍속을 구체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재미의 근원으로 삼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 관객은 극중 인물들의 현실과 거리를 두고 그들의 어리석음과 풍속극의 허구성이 드러나는 것을 바라보며 쾌감을 느낀다. 풍속의 풍자보다는 동화속 이야기인듯 꿈이야기인듯 풀어가는 수레무대의 공연은 삼돌이와 이쁜이의 비극적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무겁다. 정성스레 장만하긴 했지만 빽빽한 대숲으로 치장한 비좁은 무대와 국적불명의 부자연스런 의상 또한 민첩하고 활기있어야 할 희극배우들의 행동을 억제해서 극단이 표방하는 코메디아 델 아르테 양식의 즉흥성이나 생동감도 부족하다.탐탁지 못한 공연을 공들인 작업과정이 정당화할 수 있는가?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아마추어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수레무대가 젊음 특유의 고집과 열정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진지한 과정에 걸맞는 공연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3백여년전 관객의 외면으로 쫓기다시피 수레무대를 이끌고 13년간이나 프랑스전역을 전전하며 코메디아 델 아르테등의 기량을 익힌 후 마침내 프랑스연극의 거장으로 우뚝 선 떠돌이 연극쟁이의 선배 몰리에르, 그의 고난과 영광을 되새기며 정체된 대학로연극에 기어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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