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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연예인/박래부(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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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연예인/박래부(메아리)

입력
199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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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되자 많은 연예인들이 연예계를 떠나거나 떠나려하고 있다. 떠나는 이들이 꿈꾸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새 삶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새로운 배역을 맡듯이, 그들은 내년 총선을 통해 선량으로 변신하고자 한다. 연예인의 정계진출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 있다. 지금은 치매를 앓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대통령이 영화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은 다 아는 대표적인 예이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 4월 일본의 지방선거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아오시마 유키오(청도행남)와 요코야마 노크(횡산 KNOCK)가 도쿄도지사와 오사카부지사에 나란히 당선된 일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모두 코미디언 출신인 셈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코미디언에게 일본의 동서를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세태」라는 젊잖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연예계를 떠나 정치인 수업을 쌓은 것은 오래 전인 지난 68년부터이다.

 연예계가 정계와 가까운 동네가 된 것은 「그들이 변신에 능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언짢아하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 그 보다는, 우리 시대가 대중문화에 중독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고립돼가는 개인에게 가장 커다란 위안을 주는 것이 대중문화이므로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연예인들은 고독한 대중을 위로하고 또한 정치인처럼 환상을 심어준다.

 그들은 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계를 떠나려 하는가. 그들은 정치인이 되어 민생을 돌보고 또한 「2000년대 전략산업」인 우리의 영상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큰 포부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에 전근대적인 관존민비 사상이 아직도 뿌리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우려되는 것은 그들이 떠난 뒤의 연예계 환경이다. 숀 코너리, 해리슨 포드, 실베스터 스탤론 등 할리우드의 40∼60대 배우들은 고난도 액션까지 펼치며 미국영화를 가장 매력있고 강력한 산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반면 우리 영화는 젊은 배우의 사랑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심하게 말하면 그들의 활약은 감탄할만 하고, 우리 배우들의 조로현상은 개탄할만 하다.

 역량 있는 연예인들이 정계로 떠나는 것이 정치력에 의해 영상산업을 발전시키기 보다, 2000년대를 앞둔 연예계를 더욱 조로화·황폐화시킬 것 같아 염려스럽다.<문화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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