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연루 혐의 공방… 최소 2년 걸릴듯/증인보호에 TV생방 불허 라디오 중계만 총리를 7차례나 지낸 이탈리아 정계의 원로 줄리오 안드레오티(76)의 마피아 연루혐의를 다루는 「세기의 재판」이 26일 마피아 본거지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시작됐다.
전후 이탈리아를 부흥시킨 영웅에서 「음모의 대가」로 낙인찍힌 안드레오티는 이날 팔레르모감옥 법정에서 열린 첫번째 공판에서 『재임중 강행한 마피아 소탕작전에 희생된 일부 세력이 혐의를 조작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마피아를 보호했다는 검찰측의 끈질긴 추궁과 「전적으로 음모일 뿐」이라는 안드레오티의 항변이 마주치면서 시작된 이 재판은 최소 2년은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6세때 이탈리아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된 안드레오티는 국방장관 8번, 외무장관 5번등 각료직만 36차례, 72년부터 92년까지 20년동안 총리를 7번 역임한 이탈리아 현대사의 산증인. 특히 전후 40여년을 통치한 기민당의 핵심주자인 그는 역대 교황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부패척결의 태풍이 몰아치던 93년초 그가 「마피아의 일원」이었다는 폭로기사가 나온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믿을 만한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자 사법당국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후 이탈리아 상원은 93년 5월 종신 상원의원인 안드레오티의 면책특권을 박탈했으며 시칠리아 법원은 지난 3월 그를 정식으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현재 마피아 조직에서 전향한 보스급 증인들의 증언이 담긴 10만쪽 분량의 증거서류를 제출했으며 안드레오티도 프란세스코 코시가 전대통령, 케야르 전유엔사무총장등을 변호인측 증인으로 내세우는등 강력히 맞서고 있다. 그는 이번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20년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한편 재판부는 안드레오티 사건이 이른바 「O J 심슨식 재판」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마피아출신 증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TV 생방송을 불허하고 라디오 중계만을 허용하기로 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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