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어 UAE서도 사형선고에 전국 분노/외무·노동 등 각료3명 현지급파 구명 발벗고 나서금년 3월 싱가포르에서 필리핀출신 가정부가 사형을 당한데 이어 지난 16일 16세의 필리핀 가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자 필리핀전국이 엄청난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피델 라모스 대통령은 지난 19일 외무·노동·내무장관등 각료3명을 UAE현지에 급파해 발라바간이라는 이 어린 가정부의 구명에 발벗고 나섰다.
라모스대통령의 이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국민과 야당의 신랄한 비난을 면해보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지난 3월 단교성명까지 발표케 된 싱가포르에서의 필리핀 가정부 사형집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크게 작용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발라바간양이 70대의 집주인 노인을 살해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싱가포르 가정부살인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발라바간양은 집주인으로부터의 성폭행을 피하기위한 정당방위였다고 살인동기를 주장했다. 지난6월 1심판결에서 재판부는 7년징역의 유죄판결을 내렸는데 필리핀정부로부터 선처요청을 받은 UAE정부가 재판부에 재심을 명하자 재판부는 1심판결을 뒤집고 「계획적 범행」이라며 사형판결을 내렸다.
야당은 즉각 93년 14세이었던 발라바간양이 위장여권으로 해외취업을 나갔다는 사실이 판명됐다며 정부를 집중성토했다. 현재 필리핀국민들은 발라바간양의 신병을 고려, 이 사건에 대해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필리핀언론들도 「국기를 태우는등의 행동이 발라바간양의 구명에 아무 도움도 되지않는다」며 국민들의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사형이 확정되면 국민들의 반감은 폭발할 것이 틀림없다.
이처럼 필리핀인 가정부들의 불행이 이어지자 필리핀인들은 『필리핀인은 세계의 가정부』라고 말하면서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다.
필리핀정부로서는 한때 해외취업을 하고 있는 자국민의 인권이 각국에서 유린당하자 해외 취업을 전면금지한 적도 있지만 「해외취업의 실익」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상황때문에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
현재 4백만명의 국민이 가정부, 댄서등으로 해외취업을 하고 있고 이들의 수입이 외화획득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업률이 20%나 돼 국민들이 자국에서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힘들다.
필리핀정부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를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외취업 국민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고 있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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