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조사도 않고 단정하나” 집중 포화/민자서도 홍 부총리 지원사격 없어26일 국회 재경위의 재정경제원 감사장. 상오 10시 회의가 개의되자 전날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홍재형 경제부총리의 답변이 시작됐다.
무표정한 얼굴의 홍부총리는 답변서에서 줄곧 눈길을 떼지 않은 채 「충실히」 준비해 온 문건을 읽어나갔다. 전직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의혹 부분에 이르러서도 그의 담담하고 평이한 어조는 변하지 않았다. 『재경원이 외부로부터 조사의뢰를 받은 바가 없으며 재경원이 직접 조사한 바도 없다. 비자금설은 풍문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유준상 김원길 의원등은 상기된 표정으로 홍부총리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조사도 안 해봤다면서 어떻게 풍문이라고 단정하느냐. 속기록을 고치고 성실히 답변하라』 『정치권에 몸담을 생각이 있다면 답변을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사회를 보고 있던 심정구(민자) 위원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부총리는 성실히 답변해달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러나 홍부총리는 이러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성실히 답변하고 있다.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고발할 수도 있다』는 「항변」이었다. 국민회의소속 의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조사해봐야 증거가 나올 것 아니냐』며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이같이 지지부진한 감사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민자당 의석에서마저 『말을 좀 제대로 하지…』 『검찰이 조사한 결과라고 하면 될 거 아냐』라는 수근거림만 흘러나올뿐 홍부총리에 대한 지원사격은 좀처럼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의 제정구 의원이 『검찰이 풍문이라고 했으니 재경원도 조사할 게 없다고 말하면 될 게 아니냐』고 거들었다.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홍부총리는 제의원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말이 그 말이다』고 동의했다.
이로써 회의가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그러나 감사가 계속된 이날 늦게까지 홍부총리의 답변은 여전히 알맹이없이 맥빠진 상태로 진행됐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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