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대화로 통일 길 열어야”/한러 과기분야 협력 확대 추진/한국기업 지속적 대러투자 희망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총리가 이홍구 국무총리의 초청으로 27일 2박3일 일정으로 공식 방한한다.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방한에 앞서 23일 본보와 회견을 갖고 『한반도의 통일은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한간 대화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과정은 평화적이며 자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남북 양측은 물론 한반도 관련국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복잡하고 첨예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통일을 위해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으로 북한과 체결할 새로운 우호협력 조약이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러관계가 30일 수교 5주년을 맞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러시아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가입이 양국 협력관계를 가속화 시킬 것은 물론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교 5주년을 맞는 한·러 관계와 앞으로의 전망은.
『양국은 그동안 정치 경제등 각 분야에서 견고하면서도 역동적인 발전모델을 구축해 왔다. 특히 정치분야에서 긴밀하고 정규적인 접촉을 해왔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지난해 모스크바 회담을 통해 향후 양국관계 발전의 믿음직한 토대를 구축한 바 있다. 양국간의 교역은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말에는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태의 경제협력이 양국 국익에 보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한국의 민간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아래 러시아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주기를 희망한다. 특히 러시아의 극동지역및 시베리아와 한국이 상호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과학과 기술분야의 모든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 우리는 한국의 기업들이 응용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양국이 아태지역의 경제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러시아가 APEC와 같은 지역경제블록에 참여한다면 세계경제의 틀에 러시아 극동지역과 시베리아가 편입돼 실질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러시아와 한국은 APEC와 아태지역의 타 기구등에서 상호 긴밀히 협력해 모든 관련국들의 교역과 경제협력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긴장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 상호 우호협력및 지원에 관한 조약을 폐기하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의했는데 새로운 조약의 기본원칙은 무엇인가.
『소련을 법적으로 승계한 러시아는 상호 우호협력 조약이 비록 그동안 그 역할을 다해 왔지만 양국관계는 물론 러시아와 동북아 지역전체의 새로운 현실에 맞지 않고 시대에 뒤진 것이기 때문에 북한측에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북한도 이 조약이 실제로 쓸모없다는 뜻을 표시해 왔다. 우리는 양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면서 양국관계의 법적기초를 강화한다는 원칙아래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것을 북한측에 제의했다. 이 새 조약을 체결한다면 양국은 쌍무관계를 보다 새롭게 발전시키면서 모든 분야의 협력을 가속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이며 민주적으로 해결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및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러시아의 역할은.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이 평화적이며 자주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지지한다. 우리는 또 완전히 민주적인 국가가 탄생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우리의 이같은 입장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남북한 통일을 위한 외적 조건을 충족하는 선에서 다른 관련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같은 문제들을 한반도 관련 국제회의를 개최해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체르노미르딘 연보
▲38년 오렌부르크주 체르니오스트로크 출생 ▲57∼66년 오르스크 정유공장 기능공 ▲61∼91년 소련공산당원 ▲67∼72년 오렌부르크시 공산당위원회 산업담당책 ▲73∼77년 오렌부르크 가스공장 지배인 ▲78∼82년 소련공산당 중앙위 간부 ▲82∼89년 소련가스공업부 차관·장관 ▲89∼92년 소련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사 사장 ▲92년 5월 러시아 연료 및 에너지공업담당 부총리 ▲92년 12월∼현재 러시아총리 ▲95년 5월 차기의회선거에서 수권정당을 목표로 한 중도우파 연립정당인 「나쉬돔 로시야」(우리집 러시아) 창당, 당수취임. 보리스 옐친대통령에 이어 러시아의 제2인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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