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은 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올해보다 3조원 이상 많은 15조5천여억원의 돈을 투입해서 예년에는 10%정도에 불과하던 교육예산 증가율을 24.6%로 크게 끌어올린 것은 교육개혁을 뒷받침하고 인적자본(인적자본)을 개발해서 중장기적인 국가발전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방향을 엿보게 해준다.아울러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부응하는 국민생활의 질적향상을 위해 환경개선과 사회복지 민생치안등 삶의 질을 높이는데 관련된 예산을 16∼38%씩 크게 늘린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정지표의 구체적인 표현이라 할 정부예산이 교육과 삶의 질을 지향해서 방향을 선회해 나가는 것은 달라진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된 재원을 쪼개 쓰다보면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징을 살려 국정의 새 방향을 강조하면서 방위비 증가율을 4년만에 두자릿수로 늘리고 공무원 봉급 인상률 역시 92년(9.8%)이후 가장 높은 9%로 책정한 것은 정부가 나름대로 애쓴 흔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을 편성 운용하는데서 간과해서는 안될 몇가지 중요한 대목이 소홀하게 취급된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적할 것은 물가문제다. 정부는 내년의 경기상황을 좋지 않게 보고 흑자예산을 균형예산으로 전환시켰다. 올해 추경을 편성한데다 내년 예산증가율이 16.0%(일반회계)나 되는 것은 팽창예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생활물가가 심상찮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각종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요금을 현실화하고 있어 물가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팽창예산은 적지않은 물가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조세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부담의 형평에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내년의 1인당 담세액은 1백82만9천원으로 늘어나고 조세부담률도 21.2%로 올라가게 된다. 93년의 1백14만1천원과 비교해 3년만에 60.3%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파문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법인세 재산세등 중산층을 겨냥한 파격적인 감세조치를 단행했다. 근로자와 봉급생활자등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교통 환경등 민생분야가 비록 증가율면에서는 높다고 하나 절대액과 내용면에서 형식적인 배려에 그친 감이 없지 않은 것도 지적돼야 할 대목이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 새로운 정책 구호가 내실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보다 충실한 예산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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