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대의 문명비판 메시지 담아/내년에 방영예정국내방송에서 처음으로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KBS가 내년에 방영할 「RPG」(가제)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것이 멀티미디어 시대에 오락산업을 지배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상현실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RPG」란 역할연극게임(ROLE PLAYING GAME)의 영어 약자이다.
이 드라마의 주역으로 이영애와 배용준이 캐스팅됐고, 전기상PD가 연출을, 「오박사네 사람들」 「오경장」등을 쓴 오소연씨가 극본을 각각 맡았다.
이 드라마는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을 대체하는 전도현상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그림으로써 문명비판적 메시지까지 담는다.
최근 할리우드영화에서는 컴퓨터가 창조하는 가상의 세계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보고 듣고 만지는등 실제와 똑같은 체험을 하는 가상현실이 인기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무너짐에 따라 혼란을 겪게 되는 내용의 영화 「토탈리콜」 「론머맨」 「타임캅」이나, 가상현실 시스템을 통해 도서관의 문서를 검색하는 장면을 보여준 「폭로」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RPG는 몇사람의 참여자가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 자기가 맡은 역할에 따라 움직이면서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인데, 「단군의 땅」 「주식투자게임」 「쥬라기공원」등이 국내에 널리 소개된 것들이다.
드라마에서는 어릴 때 심리적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악의를 가지고 RPG에 참여한 사람들을 광적인 집단으로 몰아간다는 내용.
주인공은 자기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가상현실게임에 초대해 가상현실과 현실을 혼돈하게 만든 뒤 교묘하게 상황을 통제한다. 이로써 주인공은 개인을 파괴하려 들지만 우여곡절 끝에 게임참여자들이 현실로 되돌아오게 된다.
가상현실 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할 예정이다. MBC와 SBS가 여름납량특집 드라마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첨단영상기법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던 데서 한 발 처졌던 KBS가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는 셈이다.
KBS는 컴퓨터 업계로부터 기술과 제작비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관계가 이뤄지면 가상현실을 하드웨어 차원에서 개발해 온 기업이 방송사와 손을 잡고 게임이나 영상물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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